‘로마보물·피카소 그림’ 제네바 면세창고 속에 숨겨진 예술품들

‘로마보물·피카소 그림’ 제네바 면세창고 속에 숨겨진 예술품들

입력 2016-05-30 14:41
수정 2016-05-30 14: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NYT “수집가에게 최적의 장소, 보고 즐기지 못한다는 단점도”

스위스 제네바 중심부 근처 항만구역 한쪽에는 평범한 회색 창고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철로와 도로 그리고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창고들은 언뜻 보기에는 아름다운 것들은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음울해 보인다.

그러나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고대 로마의 보물서부터 1000여 점에 달하는 피카소 작품까지 고가의 미술품 수백만 개가 이곳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창고들은 바로 면세지역에 들어선 ‘프리포트’(자유무역항)다.

프리포트는 원래 수출입업자가 관세를 내지 않고 곡물, 차 등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그러나 관세 면제와 사생활 보장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혜택이 알려지면서 프리포트가 고액 미술품 수집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가 미술품과 와인, 보석 등 럭셔리 상품을 보관하는 프리포트는 스위스에서만 최소 4개가 성업 중이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2010년), 모나코(2012년), 룩셈부르크(2014년), 바하마 뉴어크(2015년)에서 새롭게 문을 열었다.

프리포트가 밀수나 돈세탁을 위한 장소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스위스 당국은 2007년 이래 제네바 프리포트에 미술품 등 고가품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했다는 회계감사 결과를 2년 전 내놓기도 했다. 제네바 프리포트에는 120만 개가 넘는 미술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프리포트 탓에 보고 즐기는 예술로서의 미술품 가치가 타격받고 있다는 지적이 미술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프리포트에 미술품을 맡기는 수집가들도 “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 룩스 마르티네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장은 “미술품은 전시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프리포트를 ‘아무도 볼 수 없는 최고의 박물관’이라고 비유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로드 박물관 관장 조앤 헤일러도 “프리포트는 미술작품들을 지적 혼수상태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프리포트에 자신의 자화상이 보관된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 재클린이 살아있다면 프리포트에 작품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자서전 작가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프리포트가 작품을 보관할 장소가 없거나 철저한 보호를 원하는 수집가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라는 반론도 나온다. 또 미술품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소장품이라는 주장도 있다.

뉴욕갤러리 소유주인 데이비드 내쉬는 “미술품은 공공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프리포트에 작품이 보관된 화가 줄리아 와첼은 “내 작품이 전시되는 걸 더 원하지만 수집가들도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며 “프리포트가 있어야 미술품 거래가 일어나고, 그래야 화가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 격차는 불과 1~2%p에 불과한 박빙 양상인데요. 당신이 예측하는 당선자는?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