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종잡을 수 없는 ‘한반도 발언’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종잡을 수 없는 ‘한반도 발언’

입력 2016-05-18 09:39
업데이트 2016-05-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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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라고 비난하다 갑자기 대화 가능성 비쳐…구체 내용은 아직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7일(현지시간) 향후 집권 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미국 워싱턴 외교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김정은)와 대화하겠다”며 “그와 대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특히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다면 미국의 대북 정책의 주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미치광이”(maniac, madman, nutcase)라는 표현을 써가며 아예 상종하지 못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보여왔다. 다만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을 이용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날 발언은 기존에 보여준 정책적 입장과는 분명히 ‘결’이 다른 것이어서 외교소식통들로서는 그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선거캠프의 동향에 밝은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원칙론을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트럼프가 스스로 ‘탁월한 협상가’로서 누구와도 대화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의 외교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는 지난 13일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누구와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이것은 기본적 원칙이며 북한 정권이 계속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구(舊) 소련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처럼 북한의 행동이 먼저 바뀌어야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게 파레스의 설명이었다. 대화의 전제조건을 분명히 한 것이다. 파레스는 “현재 북한에는 고르바초프(소련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정치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지칭)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어떻게, 무엇을 논의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이중제북’(以中制北) 노선을 거듭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해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며 “나는 중국에 엄청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이 종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김 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말이다.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면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국이 협력적 태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발언이 경우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모순적이어서 현시점에서 정확한 정책구상의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공화당과의 정책조율을 거쳐 공약이 성문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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