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 진료하고 후손 돌본다…에티오피아에 은혜갚는 한국

참전용사 진료하고 후손 돌본다…에티오피아에 은혜갚는 한국

입력 2016-05-12 10:05
업데이트 2016-05-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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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병원, 한국전 참전용사 무료 진료·후손은 KOICA 직업연수센터 훈련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최고 엘리트였던 황실근위대 출신으로 파병했다. ‘백전백승’을 거두고 귀환한 참전용사들은 1970년대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홀대를 받았다.

지난 60여년 간 참전용사 대부분은 가난을 벗지 못했고,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은 이제 그들에게 진 빚을 갚고 있다.

참전용사를 무료로 진료하는 명성병원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설립한 참전용사 후손 직업연수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 명성병원, 참전용사·부인 1천200명에 의료 혜택

지난 6일(현지시간) 레파가츄 아베베(86)는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명성병원에 들어섰다. 가슴 왼편에는 태극기와 에티오피아 국기가 그려진 배지가 달려 있었다. 1953년 한국에 파병된 그는 당시 폭약 가루를 많이 마셔 기관지가 약해졌지만 다행히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할 때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종종 명성병원을 찾는다. 아베베는 “명성병원에서 여러 번 진료를 받은 덕분에 건강 상태가 좋다”고 말했다.

현재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는 246명. 이들 대부분은 몸이 아프거나 건강검진이 필요할 때면 명성병원으로 향한다. 이날도 아베베 외에 테페라 네구시에(84), 레가세 게라글레(89) 등 모두 3명의 참전용사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명성병원이 에티오피아 내 최고 시설을 갖춘 데다, 2004년 개원 이후 생존 참전용사에게 무료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 참전용사의 부인들에게도 진료비 50%를 감면해준다. 혜택을 보는 이는 매년 1천200여명에 이른다.

명성병원은 참전용사와 부인들을 위해 연 1억원의 예산을 편성한다. 김철수 명성병원 원장은 “6·25 전쟁 당시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피를 흘리고 그 덕분에 우리가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며 “그 빚을 되갚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한국도 과거 외국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과 학교에서 도움을 받아 발전의 큰 동력을 얻은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예산 제약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주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김 원장은 “참전용사 부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주 아파지는데 진료비 감면이 절반밖에 되지 않아 병원에 자유롭게 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더 드리고 싶어도 저희 힘만으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토로했다.

명성병원의 참전용사 무료 진료 사업은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영리병원으로 분류돼 에티오피아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명성병원의 참전용사 지원은 물론 연 5억∼6억원을 쏟는 극빈층 의료 구호에 대해서도 사업 비용으로 집계해 세금을 매긴다.

◇ 참전용사 후손들에게는 직업교육…“기회준 것에 감사”

참전용사의 자녀, 손자·손녀 등 후손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KOICA는 2013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참전용사후손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1차 연수생들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2015년 2차 연수생부터는 아디스아바바 은또또 기능대학 내 연수센터를 열어 교육하고 있다. 내년까지 모두 300명의 연수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연수센터에서는 교육이 한창이었다. 자동차·용접 및 배관·건축·전기·봉제·컴퓨터 등 각 공과별 연수생들이 한국인 전문가와 함께 실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동차 공과에서 연수생들이 엔진을 살펴보고 있었고, 봉제 공과에서는 스커트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실습에 사용되는 기자재는 모두 한국에서 들여왔다.

자동차 공과의 핏섬(26)은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산 자동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정비사로서 가게를 차리거나 예전보다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다”면서 “이 같은 기회를 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연수생들은 1년의 연수기간 중 방학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매달 180달러의 훈련 수당도 받는다. 연수생 대다수가 한창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25∼27세이기 때문이다. 가장 역할을 하는 연수생도 많다. 단, 연수센터는 매달 80달러를 먼저 주고, 나머지 100달러는 모아뒀다가 졸업할 때 창업 자금으로 제공한다.

사업을 맡은 최성식 책임 전문가는 “에티오피아는 창업 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심사를 통과하면 창업 비용의 80%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연수센터에서 계획서 작성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 뒤에는 협력 업체를 중심으로 일자리도 알아봐 준다. 현재 의류 제조업체, 건설업체,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등 9개 업체와 산학협력 약정을 맺었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덕분에 올해 3월 졸업한 2차 연수생 85명 중 50명이 취업에 성공했고 14명은 개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3차 연수생 162명을 선발하는데 369명이 지원하는 등 입학 경쟁률이 치열했던 이유다.

한편, LG도 KOICA와 함께 전기·전자에 특화된 직업훈련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참전용사 후손을 우선으로 선발한다. LG는 참전용사 후손을 대상으로 장학사업도 하고 있다. LG 직업훈련학교에 다니는 참전용사 자녀 비룩 아이얄루(23)는 “한국은 전기·전자 분야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라며 “이곳에서 한국의 기술을 제대로 익힌 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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