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국 인권 변함없이 지지…남중국해 항행·비행의 자유 보장해야”시진핑, 오바마 면전서 “사드 단호히 반대…긴장격화하는 언행 자제하라”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아시아 역내 질서를 이끄는 G2(주요 2개국) 사이의 깊은 ‘간극’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두 정상이 대북 공조를 강화하기로 거듭 뜻을 모은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히지만, 인권에서부터 남중국해, 사이버 안보, 투자협정은 물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첨예한 대립 전선이 형성됐다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일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기로 한 것은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물로 평가된다.
특히 두 정상은 지난달 2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전면 이행한다는데 명시적으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따른 공동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안보리 결의를 전면 이행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이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집행할 것을 주장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4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이후에도 핵안보 국제레짐을 지속해나기로 합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국은 국내외의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일부 원자로를 저농축으로 전환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조기 이행에 합의하고 글로벌 보건 분야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두 정상은 G2의 패권 대결과 직결된 영유권 문제와 안보, 정치적 이슈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의 날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해양 이슈에 대해 주변국과 평화적으로, 국제법에 따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에 이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인권 문제는 회담 분위기를 더욱 싸늘하게 만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주석을 향해 “미국은 중국의 인권과 근본적 자유를 수호하는 것을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원론적인 발언으로 비치지만, 시 주석으로서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여겼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중국의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는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재단’이 워싱턴D.C.에서 위구르족 독립운동가인 돌쿤 이사씨에게 상을 수여하는 이벤트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에 망명 중인 이사씨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중국 외교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공식으로 항의하기까지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은 이 이벤트를 시 주석의 뺨을 때리는 행위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도 두 정상의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시 주석은 “긴장을 격화할 수 있는 그 어떤 언행도 피해야 하며 다른 국가의 안전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에 영향을 주는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용 시스템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확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 안보문제를 놓고도 두 나라 사이에 협력 무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자국을 겨냥한 각종 해킹사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시 주석이 미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합의했던 사이버 안보 협력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통상과 무역·투자도 양국이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미·중 양국은 양자 간 투자협정(BIT)을 아직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이고, 이번 회담에서도 협상을 계속해 나간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내의 모든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