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테러방지법 ‘몸살’…문화계 인사 체포 잇따라

유럽도 테러방지법 ‘몸살’…문화계 인사 체포 잇따라

입력 2016-02-25 16:45
업데이트 2016-02-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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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지지 처벌해야” vs “표현의 자유 탄압” 논란

테러방지법을 놓고 여야 간 극한충돌이 벌어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비슷한 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테러를 경계하는 유럽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대적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페인과 프랑스의 테러 관련법 강화 사례와 이에 관한 찬반 논쟁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올해 초 테러방지법에 따라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잇따라 체포 또는 기소됐다.

지난 5일 수도 마드리드의 한 광장에서 인형극을 하던 꼭두각시 인형 조종사 2명은 경찰 인형이 ‘알카-ETA 만세’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는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의 구호인 ‘ETA 만세’와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결합한 말장난이었다.

이 공연으로 인해 이들은 ‘테러리즘을 찬양하고 증오를 부추긴 혐의’로 체포돼 최대 7년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스페인의 랩메탈 밴드 ‘데프 콘 도스’를 이끄는 세사르 몬타냐 레만(일명 세사르 스트로베리)은 트위터에 테러를 찬양하는 메시지를 올렸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또 자칭 ‘혁명시인’인 아이토르 쿠에르보 토보아다는 ETA를 찬양하고 그들의 테러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을 썼다는 혐의로 18개월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문화계 인사뿐만 아니라 마드리드시 대변인인 리타 마에스트레는 5년 전 자신이 다니던 대학 예배당에서 가톨릭을 모욕하는 시위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지난주 재판을 받았다.

이들에게 적용된 테러방지법은 10년 이상 스페인 법률에 존재해왔지만, 지난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법을 강화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개정에 따라 이 법을 처음 위반한 사람의 최대 형량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등 사실상 모든 위반자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NYT는 전했다.

스페인 ‘민주주의를 위한 판사 모임’의 대변인인 호아킴 보치는 “ETA의 폭력 행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이 법의 ‘테러리즘 찬양 금지’ 조항이 적용된 것은 일년에 두 세번에 불과했는데 작년 한 해에만 25건이 적용됐고 이 중 6건에만 무죄가 선고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시절 문제를 일으키는 예술가들을 감옥으로 보낸 적이 있지만, 민주주의 스페인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며 “테러리즘의 정치화는 대중의 관심을 사회와 부패의 문제로부터 돌리려는 연막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페인에서는 꼭두각시 조종사들의 체포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것은 물론 강화된 테러방지법 조항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학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스페인 정부와 테러 피해자 단체들은 테러방지법 강화를 옹호하며 이런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테러희생자연합’은 꼭두각시 조종사들을 기소하라고 압박하면서 “그들의 쇼는 많은 고통을 야기한 테러단체를 칭찬하고 인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호르헤 페르난데스 디아스 스페인 내무장관은 “국제 테러리즘이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를 정당화했다.

NYT는 테러방지법의 적용 확대로 시민 자유와 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애를 먹는 나라는 스페인뿐이 아니라며 프랑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지난해 두 차례의 대형 테러를 겪은 프랑스는 그 이전인 2014년 11월에 이미 테러리즘을 찬양하거나 부추기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조항을 징역 5년 또는 벌금 7만5천 유로(약 9천300만원)로 상향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하자 프랑스는 테러방지법을 한층 강화하고 술에 취해 올린 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 음발라가 작년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범인 중 한 명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집행유예 2개월에 처해진 게 그 사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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