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 벼랑끝…자산 내다팔고, 자금 긴급요청

산유국들 벼랑끝…자산 내다팔고, 자금 긴급요청

입력 2016-02-03 09:57
업데이트 2016-02-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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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줄어 의식주 해결 어려움 겪기도

국제유가 폭락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산유국이 돈 될만한 자산을 내다 파는가 하면 세계은행 등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등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다.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2일(현지 시간)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대형 국영기업 민영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어려운 재정 여건상 더는 민영화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재정 상황이 위기 수준에 달했으며 금융시장의 전반적 불안정성은 반등이나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의 과제는 아주 불리한 시장 환경에서 최대한 효율적이고 투명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날 민영화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정부 예산의 약 절반을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나 유가 급락으로 곳간이 텅 비었다. 러시아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식을 매물로 내놓을 예정이다. 사우디에서는 항공사에서 공립병원까지 민영화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등 남미와 아프리카의 산유국도 국유 에너지기업 등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사우디 등 산유국들은 부채가 급증하자 국부펀드를 통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릭소르는 걸프 지역의 국부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이 최근 수개월간 3천억 달러 정도 줄었다고 추산했다.

산유국 가운데 나이지리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사정은 특히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들 나라는 유가 하락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환율을 방어하다 결국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1일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 35억 달러의 긴급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아제르바이잔도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4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가 2014년 국내총생산(GDP)의 0.4%에서 지난해 9.5%로 급증했고, 작년 12월 달러 페그제 폐지 이후 마나트화가 30% 이상 폭락했다.

이들 나라 외에 베네수엘라 등도 긴급 자금을 받을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실제 인플레율이 72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RBC캐피털은 지난해 취약 5대 산유국으로 알제리,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꼽은 바 있다. 이라크는 이미 지난해 IMF에서 긴급 차관 8억3천만달러를 지원받았다.

산유국 국민의 삶도 팍팍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식품과 의복을 충분히 사기 어려운 가구는 39%로 1년 전의 22%에서 급증했다. 지난해 1∼11월 실질임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했다.

러시아 맥도날드에서는 소고기 패티를 넣은 빅맥보다 가격이 저렴한 돼지고기 패티의 ‘더블 포크 버거’가 등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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