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버거·뿌리튀김…팍팍해진 산유국 국민의 삶

돼지고기버거·뿌리튀김…팍팍해진 산유국 국민의 삶

입력 2016-02-03 08:17
업데이트 2016-02-0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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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산유국의 경제 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한때 원유 감산과 수출 금지 등을 무기 삼아 세계 경제를 ‘오일 쇼크’에 빠뜨리고 막대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2014년 말부터 유가가 급락세를 타면서 극심한 물가상승과 재정 적자로 경제적 위기를 맞았다.

이와 함께 종전까지 기름진 생활을 하던 산유국 국민의 생활도 팍팍해지고 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에서는 당장 패스트푸드점의 풍경이 달라졌다.

러시아 맥도날드에서는 소고기 패티를 넣은 빅맥보다 가격이 저렴한 ‘더블 포크 버거’가 등장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나빠지면서 맥도날드 러시아 지사가 좀 더 값싼 식재료인 돼지고기로 햄버거 메뉴를 구성한 것이다.

그간 122루블(약 1천900원)짜리 빅맥을 먹던 러시아 고객들은 닭 날개(118루블)나 더블포크버거(105루블)로 입맛을 바꾸고 있다.

함자트 하슈불라토프 러시아 지사장은 “저가 메뉴는 간단히 외식하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저렴한 메뉴인 치즈버거와 맥 모닝도 잘 팔린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수입품인 감자를 구할 수 없어 메뉴에서 프렌치 프라이(감자튀김)가 아예 빠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신에 뿌리 작물인 카사바 튀김이 판매됐지만, 패스트푸드의 상징과도 같은 뜨겁고 짭짤한 감자튀김의 맛과 같을 수는 없다.

맥도날드 베네수엘라 지사가 현지에서 감자를 조달할 방법을 찾으면서 지난해 11월부터는 다시 메뉴는 정상화됐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 가격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800 볼리바르로, 공식 환율로 126달러(약 15만원)에 달한다고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극심한 인플레로 볼리바르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이어서 베네수엘라 국민이 느끼는 감자튀김의 실제 체감 가격은 낮겠지만, 이 역시 베네수엘라의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했지만, 수출의 96%를 기대던 원유 가격이 뚝 꺾이면서 급격한 물가상승 등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달 15일 물가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며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를 자처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회 양상도 예전과 달라졌다.

사우디 리야드대에서 경영-행정학을 가르치는 무함마드 하트후트는 최근 세 아이에게 전기료를 아끼도록 등을 끄고 다니라고 당부했다.

1980년 후반부터 줄곧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전기와 수도, 연료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던 사우디 정부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를 내면서 보조금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트후트는 수입을 늘리려고 개인 교습으로 ‘투잡’을 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많은 일들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아직 충격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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