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채권단, 16일 회의서 ‘가교 프로그램’ 결정

그리스-채권단, 16일 회의서 ‘가교 프로그램’ 결정

입력 2015-02-14 02:50
업데이트 2015-02-14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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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구제금융 일부 유지로 ‘상호 이익’ 해법 타결 가능성’채무재조정+개혁’ 새 협상, 8월 말까지 줄다리기 전망

그리스를 포함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운명이 오는 16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결정된다.

유로그룹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실무진이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새 정부의 계획을 평가한 보고서를 토대로 ‘가교(bridge) 프로그램’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대가로 도입한 긴축 정책에 반대하지만 이 중 70%는 유지하겠다며 양보했고 최대 채권국인 독일도 그 조건이면 재논의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25일 총선 승리 이후 채권단의 거센 압박에도 줄곧 ‘상호 이익인’ 또는 ‘상호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16일 회의에서 기존 구제금융이 끝나고 새 정부의 계획을 협상할 8월 말까지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가교 프로그램과 새로운 협상의 원칙 등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채무재조정 문제는 촉박한 일정 등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개혁과 함께 새로운 협상의 의제로 넘길 수 있다.

유로그룹이 16일 가교 프로그램에 합의하면 8월까지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위기는 넘기겠지만, 난항이 예상되는 채무재조정 협상 과정에서 위기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리스·독일 타협 의지’가교 프로그램’ 도입 가능성

구제금융 연장 여부를 놓고 충돌했던 독일도 타협 의지를 보여 그리스의 협상 전략대로 가교 프로그램으로 우선 유동성 숨통을 틔우고 시간을 벌어 8월에 본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리스 새 정부는 구제금융 대가로 전 정부가 도입한 개혁 정책의 70%는 유지하고 3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10대 개혁’ 계획을 마련해 대체하기로 했다.

독일은 그리스 총선 전부터 집권이 유력했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만 압박했지만 최근에는 다소 유연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31일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할 수 없다며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일에는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했고,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선 “유럽은 항상 타협점을 찾았으며 이것이 유럽의 성공이다. 독일은 그럴 준비가 됐다”며 협상 의지를 밝혔다.

블룸버그는 13일 독일 고위 관리 2명이 독일이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모든 요소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프로그램이 연장된다면 그리스의 재정흑자 목표나 공공자산 매각 조건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그리스가 구제금융의 3분의 2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는 그리스가 기존 프로그램을 폭넓게 수용할 준비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유로그룹은 지난 11일 회의에서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그리스와 채권국의 입장이 절충된 공동선언문에 한때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가 공개한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유로그룹은 그리스의 개혁 계획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술적 작업을 시작기로 했다.

또 그리스 당국은 현행 프로그램의 완수와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공동선언문은 “이런 작업이 성공적이라면 그리스 당국과 유로그룹이 새로운 계약을 합의할 때까지 가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장’이란 문구에 반대해 발표 직전에 거부했지만, 하루 만인 12일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과 ‘그리스와 트로이카가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새 정부의 계획 간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기술적 평가를 한다’는 것에 합의했다.

치프라스 총리와 데이셀블룸 의장 간 합의는 하루 전에 무산된 공동선언문의 내용과 다를 바 없으며, 기존 약속 이행을 고수했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새로운 협상을 명시한 이 선언문에 서명했다.

◇가교 프로그램 합의 어떤 내용 담길까

가교 프로그램이 합의된다면 EU 측 구제금융이 끝나는 오는 28일부터 새 협상 타결 목표인 8월 말까지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기존 개혁 정책의 일부를 수행하는 방안 등이 유력하다.

시리자는 긴축 폐지와 민영화 중단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16일 회의에서 기존 개혁 정책의 상당수를 유지하기로 합의해도 ‘구제금융의 연장’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개혁 계획으로 바꿨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자는 공약을 철회했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70% 유지’ 타협안을 현지 언론에 제공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또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종전의 요구대로 구제금융이 6개월 연장된 셈이라고 자국 유권자에게 설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오는 7월까지 대규모 국채 상환이 없기 때문에 EU 측 구제금융 마지막 분할 지원금 72억 유로(약 8조9천억원)를 모두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가교 프로그램의 유동성 지원은 분할금 일부 지급이나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ECB가 11일부터 중단한 그리스 국채의 담보인정을 재개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CB는 3월부터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해 국채도 매입하기로 했으며, 그리스 국채는 7월로 예정됐다.

아울러 그리스와 트로이카가 16일 유로그룹 회의에 기존 프로그램과 새 정부의 계획 간 공통분모를 찾아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함에 따라 개혁 정책의 일부도 반영될 수 있다.

시리자 정부는 전 정권보다 부패와 탈세 척결에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강화와 탈세 규정 강화, 공공행정 투명화, 불공정 경쟁 근절 등의 대책들이 거론된다.

이밖에 그리스는 올해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1.5%로 낮춰 저소득층 지원 확대를 요구한 것도 반영될 수 있다.

◇’채무재조정+개혁’ 새 협상, 8월 말까지 줄다리기 전망

유로그룹이 16일 회의에서 구제금융 재협상 논의를 결정하면 회원국 상당수는 자국 의회에서 구제금융 수정안을 28일 전에 처리해야 한다.

또 그리스와 트로이카의 실무협의를 사흘 안에 끝내야 하는 일정 등을 고려하면 핵심 쟁점인 채무재조정은 8월 말에 새로운 협상과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도 미국의 투자은행 라자르와 채무재조정 자문사 계약을 체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8월 말까지 국채 상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도 없다.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2013년에는 GDP 대비 175%였으나 지난해에는 185%로 높아졌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그리스가 2010년부터 2천4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국가채무비율은 오히려 증가세다.

라자르의 파리지사 대표인 마태오 피가스는 지난 10일 프랑스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트로이카의 긴축 처방은 완전히 실수였으며 채무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채권단은 탕감은 안 된다는 입장에서 거의 물러서지 않았고, 기존 국채를 경제성장률 연동 채권과 영구채권으로 교환하자는 그리스의 제안에도 부정적이다.

따라서 그리스가 라자르의 자문을 토대로 채권단과 벌일 채무재조정 협상은 난항이 예상돼 협상 시한이 다가올수록 그렉시트 위기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트로이카는 지난 2012년 그리스가 재정수지 흑자를 내면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그리스의 완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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