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대인’ 원저우상인 신화 깨지나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상인 신화 깨지나

입력 2011-09-24 00:00
업데이트 2011-09-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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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잇단 도산..”변화에 제대로 대처 못한 탓” 분석

이재에 밝아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리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의 신화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뛰어난 상술을 발휘, 막대한 부를 쌓으며 ‘자본주의 중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여겨졌으나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몰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절강재선(浙江在線)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원저우에서 최근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만나면 안부 인사 대신 이렇게 묻는다. 원저우의 간판급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최근 원저우의 대표적인 안경제조업체 ‘신타이(信泰)’그룹 후푸린(胡福林) 회장이 실종됐다. 현지 공안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빚을 갚지 못해 야반도주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신타이 그룹의 채무액이 20억 위안(3천66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업체가 도산하면 맞보증 등으로 얽혀 있는 기업들이 연쇄 도산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산치(三旗)그룹과 장난(江南)피혁, 보터만(波特曼) 등 원저우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했다. 최근엔 저장성의 대표 기업인 톈스(天石)전자유한공사가 금융권과 사채 등 1억2천만 위안(220억 원)의 빚더미에 올랐다가 파산하고 업체 대표는 해외로 도주했다.

원저우중소기업발전촉진회 저우더원(周德文) 회장은 “원저우 기업 가운데 25-30%가 자금난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저우 상인들의 몰락 조짐은 2009년부터 감지됐다.

10만여 명의 상인들이 한때 호황을 누리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두바이 부동산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국제 금융 위기로 거품이 빠지면서 ‘쪽박’을 찼다.

이들은 두바이 부동산에 40억 위안(7천330억 원)을 투자했으나 ‘두바이 월드’가 채무 불이행 선언하는 바람에 절반인 20억 위안(3천668억 원)을 떼여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개방 이후 맨손으로 시작해 억척스럽게 일한 덕에 막대한 부를 일궜던 원저우 상인들은 중국에서 자수성가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는 데 소홀했고 기업 규모는 날로 커지는 데도 과거의 주먹구구식 경영이나 ‘감각’에만 의존하면서 치열해지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 자본시장에 편입됐으나 원저우 상인들은 옛날 경영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지나치게 몸집을 키워 국제 금융위기 이후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부동산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며 “맞보증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호황기에는 상생할 수 있지만 누군가가 위험에 처하면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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