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용의자, 80년대 美테러 선언문 베껴

노르웨이 용의자, 80년대 美테러 선언문 베껴

입력 2011-07-25 00:00
업데이트 2011-07-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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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극우단체와 수차례 접촉”..英 정부도 긴장

노르웨이 연쇄 테러 용의자가 범행 직전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의 일부가 지난 1980년대 16차례의 폭탄 소포 테러로 미국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유나바머’의 선언문과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나바머로 불리는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미 하버드대 출신의 문명 혐오주의자로, 지난 1978~1986년 현대문명과 기술발전의 폐해를 지적하며 잇단 테러를 감행,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인 안드레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범행 2시간 40분전에 공개한 ‘2083:유럽 독립선언’의 일부 문장은 카진스키가 범행 당시 발표했던 선언문의 첫 부분 문장과 특정 단어를 제외하고는 정확히 일치했다.

가령, 카진스키의 선언문에는 “광기어린 우리 세상에 만연한 징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좌익사상(leftism)’이다. 따라서 ‘좌익사상’의 심리적 측면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얘기해 볼 수 있겠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문장은 브레이비크의 1천518페이지에 달하는 선언문에서도 특정 단어만 바뀐 채 거의 그대로 사용됐다.

다만 ‘좌익사상’이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로, ‘현대 사회’가 ‘서유럽’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밖에도 브레이비크는 “여성이 남성만큼 강하고 능력 있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증명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의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는 문장 역시 다른 사람의 글에서 베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유나바머 수사를 감독했던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테리 터치는 “두 사람은 분노를 지닌 외톨이라는 측면, 자아 의존적인 태도 등이 닮았다”며 이들의 유사점을 지적했다.

터치는 그러면서 “이들과 같은 외톨이형 범죄자들은 다른 테러범보다 발견하기도 어렵고, 범행을 막기가 힘들다는 점이 진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브레이비크가 영국의 대표적인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과 수차례 접촉한 사실을 밝힘에 따라 영국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그는 자신의 선언문에서 “나는 600명 이상의 EDL 회원들과 페이스북 친구이며, EDL 회원 및 지도자들 수십명과 대화해왔다. 사실상 나는 맨 처음 그들에게 사상적인 자료를 제공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말했다.

또한 브레이비크는 리처드라는 이름의 영국 남성을 자신의 ‘멘토’라고 선언문에서 지칭하는가 하면, 지난 2002년 4월 런던에서 2명의 영국 극단주의자들이 주최한 회의에서 자신이 중세 템플 기사단원의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브레이비크가 현지 극우주의자들과 연계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관을 파견, 노르웨이 조사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5일(현지시각)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EDL 측은 성명을 발표해 “그(브레이비크)와 EDL 사이에 공식적인 접촉은 절대로 없었다”고 밝혔다고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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