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짜증을 유발하는 진상+밉상 캐릭터가 탄생했다. 배우 문지윤(드림스톤엔터테인먼트 소속)이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연기하는 김상철이 그 주인공이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김상철은 대학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만났을 법한 인물이다. 후배들에게 빌붙거나 책임감 없는 이기적인 모습의 김상철은 매회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치인트’ 상철선배를 떠올리면 험상궂은 외모에 위협적인 몸짓, 툭툭 내뱉는 말투를 떠올리게 되지만, 실제로 만난 문지윤은 차분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장난기도 많고 개구진 면도 있지만 조용한 성격에 가까워요.” 치인트 속 문지윤과 치인트 밖의 문지윤은 어떻게 다를까. 차세대 신스틸러로 우뚝 선 배우 문지윤(31)을 30일 서울신문EN이 만났다.

◆ INSIDE ‘치즈인더트랩’

‘치인트’ 김상철은 여자주인공 ‘홍설’의 대학생활에서 갈등을 빚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드라마에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존재감 큰 ‘김상철’ 역을 문지윤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시놉시스를 봤을 때 ‘내가 김상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제작진도 김상철 역을 요구하시더라고요. 만화 속 김상철 캐릭터의 주요 포인트를 찾아서 자신감 있게 연기를 했는데,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 남달랐던 그의 준비 ‘웹툰 100% 싱크로율 위해 몸 12kg 불려’

‘치인트’속 문지윤은 원작웹툰 김상철 모습 그대로였다. 팬들은 문지윤이 원작과 싱크로율 100%라며 그에게 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만찢남’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치인트’를 위해서 12kg정도 살을 찌웠어요. 지금은 107kg이라 필요 이상으로 찌웠다는 생각도 들지만, 상철선배를 표현하기에는 살을 찌우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상철이 웹툰에서는 키가 190cm이 넘는데 저는 186cm이에요. 그 차이를 메꾸려면 살을 찌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마구 먹었죠.”

김상철과 성격적으로 비슷한 부분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파이팅 넘치는 것이 닮았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개구지고 장난기 있는 모습이 저에게도 많이 있어서 연기에 잘 표현이 된 것 같아요. 진상스러운 밉상은 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 문지윤이 생각하는 밉상 김상철 “인간적인 면 있는 것 당연해”

김상철이 시청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던 적도 있다. 허름한 자취방에서 참치 캔에 밥을 비벼먹으며 엄마와 통화를 하는 장면 얘기다.

“사람은 한 쪽 면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더 매력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원작에서는 밉상 짓만 골라서 하지만, 밉상인 사람도 부모에게는 따뜻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원작 팬 분들은 캐릭터를 미화시킨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저와 이윤정 감독님은 김상철에게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장면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지윤은 1회 속 일명 ‘소주쌈’ 장면에 대해 “그건 심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 장면은 재촬영을 한 거예요. 처음에는 쌈이 좀 약해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깔끔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비주얼적으로 안 좋아보이도록 했죠.” 드라마에서 문지윤은 그 배추쌈을 소주와 함께 ‘홍설’역의 김고은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 “김고은 씨가 많이 고생을 하셨죠. 문지윤으로서는 참 미안했지만 김상철로서는 무조건 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이후에 김고은씨에게 너무 미안해서 민트 한통을 건네드렸어요”

# 드라마 안팎으로 쏟아지는 관심 “촬영 현장 언제나 들뜬 기분으로 갔다”

‘치인트’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초반 문지윤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 일도 있었다. 드라마 속 밉상 캐릭터들에게 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명 ‘현피 이벤트’ 논란 때문이다.

“처음에는 팬미팅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어요. ‘현피(현실 Player kill)’나 ‘명존쎄(명치를 쎄게 때리다)’같은 단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몰랐죠. 저는 그저 팬분들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뿅망치로 머리통을 때리는 기회를 주는 정도의 이벤트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논란이 커진거죠. 억울했던 것은 제가 먼저 공약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친구들한테도 시청률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는데, 마치 제가 먼저 공약을 낸 것처럼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억울했어요. 치인트에 타격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마무리가 잘돼서 다행이에요. 팬들과 잘 만나서 셀카도 찍고 악수도 하고 간단한 대화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나중에는 시간이 모자라서 핫팩만 드렸는데, 그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치인트’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치인트는 반사전 제작 드라마다. 지난 9월 첫 촬영에 들어간 ‘치인트’는 약 5개월 만에 모든 촬영을 마치고 26일 종방연을 가졌다. 문지윤은 신세계에 들어 온 것처럼 너무 좋았다며 웃어보였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서 연기도 편하게 했어요. 예전에는 쪽대본에 밤샘촬영을 자주 했는데, 그렇게 되면 배우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힘들어서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아지죠.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사전제작을 해보니 너무 좋았고, 실제로 현장분위기도 좋았어요. 배우들의 표정과 호흡들도 너무 잘 맞고 조화가 잘 이루어졌죠. 앞으로 어떤 드라마든지 사전제작을 하는 쪽으로 추세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 OUTSIDE ‘치즈인더트랩’


# 화가 데뷔 ‘10일부터 전시회 연다’

문지윤의 평소 일상은 어떨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때는 살을 찌우는 것이 목적이라 운동을 안했지만, 원래는 운동을 좋아해요. 복싱, 등산, 말레이시아 무술 실랏 등 가리지 않고 배워요.”

작년부터는 그에게 또 다른 취미가 생겼다. 바로 그림 그리기다. “쉬는 동안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서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행복해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던 그는 이번에 작가로 데뷔를 한다. 문지윤은 오는 2월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구 연남동 범피죠젯(Bumpy Georgette) 갤러리에서 김은형 작가와 함께 ‘부재하는 현전을 상기시키는 도구’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그는 펜과 매직으로 그린 추상적 작품들 중 15점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 “배우 그만두고 알바할까 생각” 힘들었던 슬럼프


문지윤은 ‘치인트’를 만나기 전 겪었던 슬럼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가 꿈꿔온 길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쾌걸춘향’이나 ‘메이퀸’때도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치고 나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너무 힘들었고 외로웠죠. 알바를 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모든 분이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100명의 손님 중에 한명을 알아볼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쉬는 동안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많은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은 그래도 배우를 다시 해야겠다는 거였죠.”

# 치인트 덕에 후배 연기자 생겨… “작품에 녹아드는 배우가 꿈”

2002년 MBC 드라마 ‘로망스’로 데뷔한 문지윤은 어느새 데뷔 15년차 배우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에 대해 그는 느와르 장르를 꼽았다. 문지윤은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에서 강렬한 색깔을 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며 영화 신세계 속 황정민 역할을 언급했다. “신세계에서 황정민 선배님이 하신 역할이 탐이 났어요. 하지만 나이나 경험적으로 4~5년 후에나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에 문지윤은 “작품에 녹아있는 배우”라고 답했다.

“어떠한 작품에서든 ‘저 사람은 저 작품에 녹아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언제나 자기 역할을 다 해내는 배우. 그 이상을 해내는 배우.’ 연기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연기 잘하는 리스트가 있다면 그 목록에 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존경할 만한 배우가 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최근까지도 후배가 없었다는 문지윤은 이번 작품 ‘치즈인터트랩’으로 많은 후배를 얻었다며 싱긋 웃어보였다. ‘치인트’의 신스틸러로 주연 배우만큼의 관심을 끌고 있는 문지윤은 ‘치인트’를 빛내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떠한 배역이든 ‘문지윤’의 모습을 지우고 작품 속 캐릭터에 녹아든 그의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마음 속 ‘연기 잘하는 배우 리스트’에 이미 이름을 새기지 않았을까. 배우 문지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글 :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사진 :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영상 :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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