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코로나 시대, MZ세대의 ‘보복소비’/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 MZ세대의 ‘보복소비’/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0-12-22 17:54
업데이트 2020-12-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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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테크놀로지 판타지가 실현된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쥐고도 얇디얇은 하얀 마스크 한 장에 기대어 오늘도 무사하기를 바란다. 아이러니하다.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적된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도, 배트맨도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도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지구의 창조자라도 된 것처럼 굴던 인간이 눈으로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미세한 바이러스의 먹잇감이 됐다. 150세 장수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무색하다. 이제 인간의 허세는 끝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마스크 한 장보다 코로나를 피하는 데 무용지물인 것 같던 스마트폰도 꽤 쓸 만하다. 끊임없이 알려 오는 코로나 확진자 소식에 괴롭지만, 쉽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접촉을 피하며 생필품을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쉽게 빨리 몸을 변이할 수는 없지만, 일하는 방식 그리고 생산과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지난 20년 동안 불편하다고 투정하고 꺼려 온 화상회의가 일 년 사이에 꽤 익숙해지지 않았나. 새벽까지 밀린 일을 하다 아뿔싸 늦게 일어난 아침, 세수도 못 한 얼굴에 립스틱만 살짝 바르고 급히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참가한 줌회의가 끝나고 나니, ‘이거 꽤 편리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는 장단기적으로 소비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복소비가 두드러졌다.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보복소비로 인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 가는 신혼부부들이 혼수가전에 더 많은 지출을 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가전 ‘플렉스’(flex) 열풍이 불었다. 집에서 생활할 때 삶의 질을 높이는 식기세척기나 안마의자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냉장고는 인테리어 제품으로 진화해서, 소비자는 기능에 따라 냉장고를 선택하지 않고 색감과 인테리어 효과를 따져 선택한다. 명품소비는 보복소비에서 빠질 수 없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인 2030세대에게 플렉스 문화와 보복소비가 동시에 퍼지면서 명품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을 판매하는 유통업계도 발맞추어 MZ세대 잡기 경쟁에 나섰다.

MZ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세대이다.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는 다양한 웹사이트 구매와 브랜드 소비를 시도했고, 이 경험은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는 데 자신감을 준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MZ세대는 브랜드 탐험을 더욱 즐길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도 쓰이지도 않을 포인트 적립 중심에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다.

플렉스와 명품소비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과시소비나 하려 드는 마케팅 희생양으로 보는 것은 MZ세대의 역동성을 몰라서 하는 착각이다. 사실 소신소비인 ‘미닝아웃’(meaning out)은 MZ세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신념을 커밍아웃해서 소비에 표출하는 것이다. MZ세대에게 소비는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고 가치관을 성취하는 방법이므로,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ㆍ사회적 신념을 표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브랜드는 미닝아웃 트렌드에 맞춰 착한 제품, 친환경 제품,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가치관을 소통하고 소비자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를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사회적 약자이다. 글로벌 설문 조사에서 76%에 달하는 소비자는 기업이 이러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75%는 현재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는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다행히 기업은 소비자의 기대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외로 많은 소비자는 뉴노멀 쇼핑 방식을 즐기고, 기업이 코로나 시대에 제공하는 쇼핑에 만족한다.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도 기업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큰 역할을 하는 택배노동자 처우와 소상공인이 받는 고통이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소비자와 기업은 함께 코로나 시대에도 생존법을 터득하고 있다.
2020-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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