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유리천장’/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리천장’/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8-01 22:28
업데이트 2016-08-0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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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토큰 우먼’, ‘여왕벌 신드롬’. 이들 용어는 ‘고위직 여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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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말은 1987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유리천장은 투명해 보여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올라가 보면 올라갈 수 없는 여성들의 승진 장벽을 의미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유리천장은 깨트려야 할 대상이다. 미국 정부는 유리천장을 여성뿐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인위적인 승진 장벽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토큰 우먼’(Token Woman)은 능력과 상관없이 상징적으로 고위직에 오른 여성을 일컫는다. 토큰은 상징이나 기념 등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조직이 사회적인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여성을 고위직에 상징적으로 앉힌다는 의미에서 토큰 우먼이라 부르고, 토큰 현상이라고도 한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공직사회에서 토큰 우먼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토큰 우먼은 여성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일을 잘하든 못하든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직위와 경력을 가진 남성에 비해 업무나 재량권이 적게 주어지고, 남성화 경향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여왕벌 신드롬’은 여성 스스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벌집 안에 여왕벌은 유일한 존재다. 다른 여왕벌을 인정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직 내에서 최고위층에 오른 여성이 자신 혼자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여성의 도전을 용납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것을 여왕벌 신드롬이라고 한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러한 유형의 여성 리더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의 가장 큰 적이 여성인 셈이다.

며칠 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 수락 연설에서 “(유리)천장이 사라지면 무한한 하늘이 열린다. 미국의 1억 6100만 여성과 소녀들이 가치 있는 기회를 누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나아가자”고 역설했다고 한다. 언론은 그녀의 연설문을 인용해 유리천장을 깨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제는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는 일본에서 도쿄도지사에 여성인 무소속의 고이케 유리코 후보가 당선됐다. 그녀 역시 유리천장을 허문 여성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이루지 못한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를 배출한 나라로 외형적으로는 부러울 게 없다. 여성의 사회 진출 현황을 보면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검찰이나 경찰 총수가 배출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두꺼운 사회다.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들이 현직에 만족한다면 유리천장은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유리천장을 깨트리는 전제 조건은 여성들의 자각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8-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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