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트렌드/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트렌드/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20-01-16 17:06
업데이트 2020-01-17 03: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유교적 전통인 제사에 대한 고정관념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1년에 제사를 여러 번 지내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물어보면 여러 제사를 합쳐서 지내거나 절에 맡기는 가정도 적지 않다. 아예 지내지 않는다는 집도 있다. 지내는 시간도 늦은 밤에서 초저녁으로 바뀌고 있다.

격식을 따지셨던 부모님이 살아계셨더라면 ‘경을 칠 일’이라고 나무라실지 모르지만, 나도 간소화의 흐름에 스스로 얹히기로 했다. 할머니 제사를 할아버지 제사에 합치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지내지 않겠다는 것과 같아서 손자의 도리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 집안 어른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는 않았다.

수일 전 42번째이자 마지막 할머니 제사를 지냈다. 사신(辭神·제사 절차의 하나로 신을 보내는 일)을 하면서 제주(祭主)인 내가 “할머니, 내년부터는 할아버지 제사 때 오세요”라고 고(告)했다.

그러자 30대인 사촌 여동생이 뒤이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할머니, 요즘 이렇게 하는 게 ‘트렌드’예요.”

너무 우스워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섭섭해하시기보다는 손녀의 깜찍한 한마디에 덩달아 웃으시면서 모든 것을 용서하실 것 같았다.

sonsj@seoul.co.kr
2020-01-17 2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