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이 문헌에 나타난 첫 사례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이라는 계곡 장유(1587~1638)의 한시 ‘자장냉면’(紫漿?)이라고 한다. 최근 우연히 이 한시를 읽었다. ‘붉은 국물’을 뜻하는 ‘자장’이라는 표현 때문에 오늘날의 냉면과는 다른 오미자 육수라는 주장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시를 읽어 보니 내 생각은 달랐다.
오해를 부른 대목은 ‘자장하색영 옥분설화균’(紫漿霞色映 玉粉雪花勻)이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육수는 노을에 비쳐 붉은빛 영롱하고, 눈꽃처럼 하얀 사리는 가지런히 담겼다’쯤으로 해석하는 게 옳은 것 같다. 국수 면(麵)자 대신 밀가루 면(?)자를 쓴 이유는 궁금했다. 힌트는 다음 구절에 있었다.
‘한 젓가락 먹으니 향기가 살아나는데, 옷을 껴입어도 찬 기운은 몸을 뚫는다’(入箸香生齒 添衣徹身)는 대목은 겨울 음식인 냉면의 특징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입안에서 향기가 살아났다면 밀가루보다는 메밀이었을 게다. 이빨을 덜덜 떨면서 먹는 냉면에 ‘여름의 보물’이라는 오미자 육수를 쓸 이유는 없다. 17세기 문인(文人)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신기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오해를 부른 대목은 ‘자장하색영 옥분설화균’(紫漿霞色映 玉粉雪花勻)이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육수는 노을에 비쳐 붉은빛 영롱하고, 눈꽃처럼 하얀 사리는 가지런히 담겼다’쯤으로 해석하는 게 옳은 것 같다. 국수 면(麵)자 대신 밀가루 면(?)자를 쓴 이유는 궁금했다. 힌트는 다음 구절에 있었다.
‘한 젓가락 먹으니 향기가 살아나는데, 옷을 껴입어도 찬 기운은 몸을 뚫는다’(入箸香生齒 添衣徹身)는 대목은 겨울 음식인 냉면의 특징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했다. 입안에서 향기가 살아났다면 밀가루보다는 메밀이었을 게다. 이빨을 덜덜 떨면서 먹는 냉면에 ‘여름의 보물’이라는 오미자 육수를 쓸 이유는 없다. 17세기 문인(文人)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신기하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12-12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