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선한 사마리아인법’/구본영 논설고문

[길섶에서] ‘선한 사마리아인법’/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기자
입력 2016-08-29 22:32
업데이트 2016-08-29 22: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누구나 뉴스의 홍수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사회다. 지난주 운전 중 의식을 잃고 죽어가는 택시 기사를 승객들이 내버려둔 채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근래 가장 충격적인 뉴스였다.

사고 현장을 담은 블랙박스 화면을 보니 씁쓸하다 못해 허탈했다. 운전기사가 의식을 잃자 승객 2명이 앞좌석으로 갔으나 응급 처치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차 열쇠를 뽑아 트렁크를 열고 자신들의 골프가방만 꺼낸 뒤 다른 택시로 떠난 것이다.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둘러싸고 성선설과 성악설로 나뉘어 논쟁을 벌여 왔다. 인간의 본성은 본래 착하다는 입장에 선 이들조차 이 뉴스를 듣고 잠시 성선설에 회의를 품었을 법하다. 골프 여행을 위한 비행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경의 이웃을 방치했다니…. 오죽하면 어느 의원이 긴급구조 조치를 의무화하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만들려고 하겠나 싶다.

폭염을 밀어내는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법’이 필요 없을 만큼 가을 바람보다 더 청량한 미담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엔 자신의 안위 못지않게 곤경에 처한 이웃을 챙기는 성경 속 사마리아인 같은 이들이 더 많다고 믿기에….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6-08-30 3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