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개시(開市)/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개시(開市)/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5-01-02 00:02
업데이트 2015-01-02 01: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새해 첫날 출근길에 지하철 상가에서 들린 큼지막한 목소리에 눈길을 돌렸다. “올해 첫 개십니다. 고맙습니다. 대박 나십시오.” 가방가게 주인은 30대 부부 손님에게 가방을 건네며 “나도 이 자리에서 대박 나겠습니다”라며 배웅했다. 이른 시간대의 첫 손님이니 개시는 그에게 다분히 남달랐을 법하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첫 손님 징크스’를 부적과 같이 여길 정도로 중시한다지 않는가. 개시하는 모습을 처음 본, 흔치 않은 경험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잠시 후에 색다른 장면이 기다렸다. 지하철 승강장을 한동안 거닐던 비둘기 한 마리가 지하철 문이 열리자 기웃기웃하더니 몸에 밴 듯이 슬며시 통로를 비켜 준다. “요녀석 봐라. 알 건 다 아네.” 짐짓 비둘기가 지하철을 타는 둘도 없는 경험을 하지 싶었는데 비둘기의 행동은 거기까지였다. 미물의 깊은 속내라고 생각을 돌려놓고 보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새해 첫날에 의미 없는 일이 있을까만 고개를 드니 주위가 퍽 활기차다. 자전거 하이킹을 가는 중년들, 손을 꼭 잡은 노년의 부부, 조잘대는 아이들…. 신년 벽두의 모습과 단상들이다. 연초에 좋은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단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1-02 27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