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현 작가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타깝게 그 발견은 의료계 주류로부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단아로 찍혀 병원에서 쫓겨나 헝가리로 돌아가야 했다. 그 후 관련 논문을 발표했지만 인정을 받지 못하고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몇십 년이 지나서야 파스퇴르와 코흐 등이 세균을 동정해 내, 감염과 연관성이 분명해지면서 재조명됐다. 지금 헝가리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의과대학도 있다. 150년 전만 해도 손을 씻는 것은 의사들이 보기에 불필요한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정상행동이다. 제멜바이스 이전과 비교하면 뉴노멀이 된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위생에 대한 문화적 정상이 달라질 필요성이 생겼다.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 스크럽을 할 정도는 아니라 해도, 훨씬 적극적인 수준의 손 씻기 위생이 필요하게 됐다. 물로 대충 닦으면 안 되고 비누를 써서 손바닥, 손등, 손가락 사이, 손톱까지 빠짐없이 씻는 것이다. 과거 오스트리아의 의사들이 “뭘 그런 걸 해”라며 제멜바이스를 타박했지만, 지금은 정상행동으로 자리잡았듯이. 이미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란 어렵다. 경우에 따라 상당한 공포와 강박이 밑바탕에 필요하다. 큰 노력이 필요하고 여러 번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정상기준을 만드는 데 일상적 계몽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관성적 습관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지금 같은 코로나19에 대한 강한 공포가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강력한 행동의 동기를 준다. 과거 찌개냄비에 각자 수저를 넣고 떠먹고는 했다. 따로 떠먹고 싶어도 식당에서 거부하기 일쑤였다. 사람들도 유난을 떤다고 했다. 어느 날 B형간염이 확 퍼지자 아주 빠른 속도로 국자로 떠서 개인접시에 찌개를 먹는 문화가 퍼져 자리를 잡은 것을 기억해 보자.
어색한 것이 자연스러운 뉴노멀이 되기 위해 저항을 뚫고 나갈 힘이 필요하다. 감염에 대한 공포가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없던 행동을 별 저항 없는 습관으로 만드는 데 평균 두 달 정도가 필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금은 시간이 충분하다. 여기에 불필요한 회식이나 회의가 없어도 일은 잘 굴러간다는 것이 더해지면 좋겠다.
아픈데 참고 일하지 않고 쉬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세상이 돼야 한다. 몸과 마음을 일에 갈아넣는 것이 기본이라고 여기지 않게 돼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정상의 기준을 재정립할 좋은 기회다. 이 괴로움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에 뉴노멀들이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2020-03-31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