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 금융부 기자
당장 생계 터전을 잃게 된 상인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상인 대다수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보상받을 길이 막막한 형편이다.
일각에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인들이 부주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서문시장은 그동안 잦은 화재 탓에 보험료가 크게 올랐다. 2009년 집계된 전통시장 점포 한 곳당 연평균 보험료는 70만원이다. 하루 벌어 하루 생활하는 상인들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금은 보험료가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들 역시 전통시장 화재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인수를 꺼린다. 오래된 소규모 점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한번 불이 나면 대형 피해로 이어져서다. 이런 이유로 전국 18만개가 넘는 전통시장 상가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22.1%(화재보험협회 집계)에 불과하다.
정부의 전통시장 화재대책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 시스템 개선책 마련 차원에서 전통시장 화재보험 대책을 검토했다. 금융위원회 용역 의뢰를 받아 김정동 연세대 교수 등은 그해 11월 ‘국가 재난안전 취약분야 조사 및 재난보험 정책과제 발굴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정부가 보험료 50%(73억 5000만원)를 지원하면 전국 18만 4248개 전통시장 점포들이 1곳당 연간 3만 9892원의 보험료로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금융위를 거쳐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청에 전달된 이 보고서는 여러 수정 끝에 결국 ‘전통시장 화재공제사업’이란 제목을 달게 됐다. 올해 3월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관련 예산은 10억 5000만원으로 오그라들었다. 사업 방식도 보험사가 참여하지 않는 공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마저도 시행안 마련이 지연돼 올 연말에나 사업이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렇게 미적대는 사이 서문시장에서는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폐허를 보며 목놓아 우는 상인들에게는 또다시 ‘뒷북만 치는’ 정부의 모습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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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