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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 끝없는 가혹행위 셀프개혁 명분 없다

[사설] 軍 끝없는 가혹행위 셀프개혁 명분 없다

입력 2014-09-01 00:00
업데이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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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모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숨겨졌던 군내 폭력·가혹 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 연천·포천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들에게 폭력과 성추행,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실이 밝혀졌다. 윤 일병 사망 당시 가해자들이 살인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군 당국은 일반부대 병사의 평일 면회와 계급별 공용휴대전화 운영 등 병영문화 혁신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체 개혁 시도만으로 병영문화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는 곪은 상처가 너무 깊고 그 폐단이 심각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다.

연천·포천의 가혹행위 사례는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악랄하다. 포천의 한 부대에서는 선임병이 라이터로 달군 수저로 후임병의 팔을 지져 2도 화상을 입혔고, 연천에서는 후임병의 입에 죽은 파리를 넣었다고 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인권유린 범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칫 묻힐 뻔한 사건들이 윤 일병 사건 이후 여론의 압박을 못 이긴 군의 전면 조사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군의 초동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보여 주는 정황도 드러났다. 핵심 목격자 김모 일병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가해자 4명은 김 일병에게 ‘이거 살인죄’라며 침묵해 달라고 여러 차례 사정했다고 한다. 상해치사로 이들을 기소한 군 당국의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 당국은 병영문화의 셀프개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언론이 필수 과제로 제시한 외부 옴부즈맨 기구 운영은 이 핑계 저 핑계로 거부하고 있다. 셀프개혁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한 간부급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 6월까지 병영 내 구타·가혹 행위 등으로 징계 처분된 간부 349명 가운데 95.7%가 감봉·근신·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가장 낮은 징계인 근신·견책을 받은 간부가 54.4%나 됐다. 가혹행위 등으로 같은 기간 근신 처분을 받은 병사는 3.6%에 불과했다.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처벌 잣대가 음습하고 부조리한 병영문화를 조장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전시성 땜질 처방만으로 ‘변화’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이제라도 명분 없는 셀프개혁에 연연하지 말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외부 감시망에 병영문화를 개방해야 마땅하다.
2014-0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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