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공론화할 때 됐다

[사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공론화할 때 됐다

입력 2011-09-29 00:00
업데이트 2011-09-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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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제 취임 일성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석과 같이 보증금, 주거제한 등 조건을 부과해 석방하는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영장을 발부함과 동시에 보석금 등을 내면 인신구속을 면하게 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피의자의 자유권을 제약하지 않으면서도 구속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문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아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석방심사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 상급 법원에 다시 결정을 요구하는 영장항고제 도입을 검찰이 주장했지만 법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 이번에 양 대법원장이 다시 불을 지폈다. 검찰은 기존의 구속적부심제도를 놔두고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고,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영장항고제는 무력화된다고 말한다. 또 돈 있는 사람만 이용하는 꼴이 돼 ‘유전무죄’ 논란이 생기고, 법원의 권한도 비대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원과 검찰의 판단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이번 제도는 형사소송법에 불구속 수사 원칙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토할 만하고 공론화할 때가 됐다. 양측 간의 힘겨루기로만 볼 사안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 즉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다만 국민이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구속이라는 게 사전에 형을 집행하는 게 아니라 신병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신병 확보를 담보하기 위한 보석 조건도 거액의 보석금 외에 가족서약, 주거제한 등 다양한 형태를 고려해 볼 수 있고, 보석금을 내더라도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는 점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중대한 범죄, 또는 고위공직자 비리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확대해 재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시켜 나갈 때 이 제도의 공론화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2011-09-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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