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대 안 가는 재벌家 아들 점점 는다는데…

[사설] 군대 안 가는 재벌家 아들 점점 는다는데…

입력 2011-09-01 00:00
업데이트 201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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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면제율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고 3, 4세로 내려갈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삼성·현대·LG·SK를 포함한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성 124명 중 아직 미정인 20대를 제외한 114명을 조사한 결과, 면제율은 35.1%로 일반인 29.3%보다 5.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 3, 4세에 해당하는 1970년대생(32~41세)의 면제율은 41.7%로 일반인 18.3%보다 무려 23.4% 포인트나 높았다. 돈 있는 재벌가일수록 국방의 의무를 더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기가 찰 노릇인 것은 면제 사유다. 40명 중 10명은 면제 이유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고, 사유가 파악된 30명 중 18명이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했을리 만무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멀쩡한데 군 면제라니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병역법 64조 1항은 ‘전신기형자 등 외관상 명백한 장애인’을 병역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벌가 면제자 중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4명 가운데 1명이 외국 국적 취득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고, 선민(選民)의식만 꽉 차 있는 것 아닌가. 군대 안 가려고 국적까지 포기했다면 한국에 들어와 살며 사업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회지도층 자제들은 요리조리 빠지고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 군대라면 강군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국방의 의무 앞에는 ‘신성한’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룩하고 고결한 의무가 다름 아닌 국방의 의무라는 뜻이다. 몇해 전 영국 왕위계승 서열 3위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놀랍고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군 면제 제도를 확 뜯어 고칠 때가 됐다.

2011-09-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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