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재 키우는 카이스트 개혁 계속돼야 한다

[사설] 인재 키우는 카이스트 개혁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1-04-14 00:00
업데이트 2011-04-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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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가 ‘학사운영 및 교육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그제 밝혔다. 차등수업료제를 폐지하고 첫 두 학기 동안 학사경고를 면제하며 전공과목 수업만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 등이 골자다. 서남표 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충분히 논의된 안이 아니라며 학교 포털 사이트에 공지된 것을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생들의 잇단 자살로 불거진 카이스트의 학사운영과 교육과정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동안의 혁신조치를 무(無)로 돌리는 ‘거꾸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카이스트는 연 1000억~2000억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특별한’ 대학이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이래 대학 위상에 걸맞은 일련의 선도적 개혁조치로 기대에 답했다. 100% 영어강의, 입학사정관제 등 교육실험은 참신한 것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테뉴어 심사를 강화해 취임 이후 4년간 정년 심사를 받은 교수 중 24%를 탈락시켜 대학사회의 철밥통 문화를 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남표 신드롬’까지 몰고 왔다.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도 지적했듯 카이스트 개혁은 대학개혁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개혁의 길은 아직 멀다. 지금 와서 물러선다면 카이스트는 ‘보통대학’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 총장 개인의 일방통행식 리더십에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서남표식 개혁’의 큰 틀은 옳다고 본다.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치고 경쟁을 소홀히 하는 대학은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국의 이공계 명문 칭화대는 ‘인재500’이라는 프로젝트 아래 청년학자 100명을 ‘링쥔(領軍·챔피언)인재’로 육성하는 등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되겠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이렇게 개혁정책이 후퇴하면 취임 당시 10년 안에 MIT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종용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또한 “이공계 학생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새겨들을 말이다. 한번 후퇴한 제도는 다시 세우기 어렵다. 교왕과직(矯枉過直)의 우를 범해선 안된다. 경쟁의 가치를 외면하는 조치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2011-04-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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