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량 대공포에 서울 상공을 맡겼다니…

[사설] 불량 대공포에 서울 상공을 맡겼다니…

입력 2011-02-12 00:00
업데이트 2011-02-1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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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비롯해 서울 도심의 상공을 주로 방어하는 데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35㎜ 대공포(일명 오리콘포)가 군납비리에 따른 불량 부품 탓에 그동안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납비리가 서울 상공까지도 위협한 꼴이어서 매우 충격적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미국 무기 중개업체 A사의 국내 무역대리업체인 B사는 무기 제작 경험이 없는 국내업체에 폐 포 몸통과 자재를 보내 납품할 포 몸통을 역(逆)설계해 제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B사는 가짜 포 몸통을 제대로 된 수입품인 것처럼 꾸미려고 홍콩으로 보냈다가 국내로 역수입하는 방법으로 군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보유한 오리콘포 36문에 필요한 72개 포 몸통 중 70%에 가까운 49개가 이 같은 방식으로 납품된 불량품이다.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포 몸통 탓에 실제 훈련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오리콘포에서 균열이나 파열 등의 문제가 생긴 게 당연하다. 문제가 된 포 몸통은 옛 조달본부 시절 계약된 것으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공급됐다. 사실상 10여년간 불량 부품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대공포에 서울 상공을 맡겼던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유효 사거리가 3㎞인 오리콘포는 견인(牽引)식 대공포 중에는 명중률이 높은 장비로 꼽히지만 불량 포 몸통 탓에 한동안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청와대를 방어하는 대공포까지 불량이었으니 군납비리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무기 도입 리베이트만 받지 않아도 국방예산 20% 감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K9 자주포 부품 납품비리가 터지기도 했다. 군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 엉터리 포 몸통을 어떻게 납품할 수 있었는지 말문이 막힌다. 납품을 받고 제대로 된 성능검사도 없었다. 관계당국은 이번 군납비리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모든 비리가 다 용서될 수 없는 것이지만 특히 군납비리는 더 그렇다. 국민의 생명과 안보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엄하게 다뤄야 한다. 군은 군납비리를 막을 수 있는 보다 확실하고 철저한 대책을 내놓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011-02-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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