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어사 방화 범인·동기 반드시 밝혀 내라

[사설] 범어사 방화 범인·동기 반드시 밝혀 내라

입력 2010-12-18 00:00
업데이트 2010-12-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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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중한 불교 문화유산이 수난당하는 비극이 또다시 발생했다. 1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신라 고찰(古刹) 범어사에 지난 15일 밤 불이 나 천왕문이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경찰은 CCTV 감식 결과 방화라고 결론짓고,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시민에게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경찰이 과연 적극적으로 범인 검거에 나설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0일에도 해돋이 명소인 여수 향일암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소실됐다. 당시에도 방화로 추정됐지만 경찰은 발화지점과 화재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사건을 미결인 채로 덮었다. 비단 향일암 화재만이 아니다. 불교 문화재 훼손 사건은 종종 있어 왔고, 가끔은 광신적인 개신교 신자가 저지른 범행임이 드러났다. 오죽하면 불교계 일각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을 전후해 전국 사찰에 방화로 보이는 불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탄하겠는가.

이번 범어사 방화사건의 동기가 무엇인지 예단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범인을 검거해 그 동기는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불교계와 국민 다수가 의혹을 가진 것처럼 광신적인 개신교도의 짓이라면 법이 정한 범위에서 최대한 엄벌해야 한다. 아울러 개신교계에 철저한 자기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반면 개신교도의 범행이 아니라면 개신교계는 불필요한 누명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찰을 비롯한 불교 문화재는 불교계만의 자산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다. 신앙의 자유가 남의 종교를 인정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 또한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다. 만에 하나 이번 방화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우리사회 내부에 곪고 있는 종교 간 갈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를 막는 막중한 책임을 졌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0-12-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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