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이야기] 천문학자를 당황케 하는 질문/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천문학자를 당황케 하는 질문/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2019-04-22 17:40
업데이트 2019-04-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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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의 달인 4월에는 과학 관련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필자도 얼마 전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천문학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주로 초등학교 이하 어린이와 부모가 참여했다.

“달이 없으면 어떻게 돼요”, “별은 얼마나 멀어요”, “블랙홀에 들어가면 어떻게 돼요” 등 질문이 쏟아졌지만 절반 이상이 블랙홀 관련 내용이었다. 어린이들 질문에는 어떻게 쉽게 설명할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다.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주는 어떻게 생겼어요”라고 물었다. 난감했다. “혹시 ‘억’이 뭔지 아니”라며 시간을 끌어 봤지만 당연히 “아니요”란 답이 돌아왔다. 킬로미터 같은 단위도 물론 모른다.

오래전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인 조카와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태양은 우리 은하의 1000억 개가 넘는 별 중 하나이며, 우리 은하와 같은 것이 우주에는 1000억 개 이상 모여 있다고 말할 때 조카의 멍한 표정에서 내 설명이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이해는 못 했지만 나중에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대”라는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꼭 이해가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똑같은 답을 하기에는 아이가 더 어렸다.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이 우주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우주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과 은하가 있는 거대한 공간이 우주다. 그런데 다섯 살 아이가 공간이란 뜻을 알까.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해 놓고 한참을 얘기했지만 결국 아이가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한 듯했다. 천문학은 어린아이에게 이해시키기가 참 어렵다. 망원경으로 달이나 토성을 한 번 보여주는 것 이상 좋은 게 없을 것이다.

공룡을 가장 많이 아는 나이가 다섯 살 무렵이며 그다음으로 고생물학 전공자가 조금 알고 자녀가 다섯 살인 부모가 아이보다는 못해도 거의 그 수준까지 안다는 재미난 그래프를 SNS에서 보았다. 천문학은 다섯 살 아이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커가면서 더 많이 알아간다. 그래서 나는 다섯 살 아이보다는 아이가 천문학에 관한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부모에게 천문학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블랙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다섯 살 아이의 부모라면 내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다섯 살 아이에게 우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2019-04-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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