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세상/박경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세상/박경리

입력 2020-11-05 17:38
수정 2020-11-06 03:4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세상/박경리

아이들이 간다
쫑알쫑알 지껄이며 간다
짧은 머리 다풀거리며 간다
일제히 돌아본다
아이들 얼굴은 모두 노인이었다

노인들이 간다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간다
백발,
민들레 씨앗 깃털 같은 머리칼
지팡이 짚고 돌아본다
노인들 눈빛은 갓난아기였다

박경리 선생이 시집 ‘못 떠나는 배’를 펼친 해가 1988년이었다. 시 속의 아이들, 청춘들이라 하자. 80년대 청춘들은 모두 노인 같았다.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반미, 야학, 징집 거부, 분신…. 10년 사이 한 세기의 고통을 살아버린 애늙은이 청춘들. 그 청춘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을 것이다. 한때 청춘인 그들 모두 지금은 노인이 되어 있다. 노인의 삶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어린 아기의 눈빛을 지녀야 한다. 슬프다. 내 주위의 친구들. 노인이 된 지난날의 청춘들. 어린 아기의 눈빛을 지닌 이 없다. 선생의 시에서 노인들은 모두 갓난아기 눈빛을 하고 있다. 삶은 한없이 힘들어도 꿈은 살아 숨 쉬던 그 시절이 우리에게 있었다.

곽재구 시인
2020-11-06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11월 5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여론조사 격차는 불과 1~2%p에 불과한 박빙 양상인데요. 당신이 예측하는 당선자는?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