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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신문이 되길/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신문이 되길/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입력 2014-01-01 00:00
업데이트 201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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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업무 복귀… ‘민영화 갈등’ 국회가 푼다’(12월 31일자 1면). 키예슬로프스키의 영화 ‘블루’를 경험한 듯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간 느낌이다. 철도 파업이 끝났다. 무엇보다 아직 국회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서 KTX 자회사의 소유형태와 사업영역, 철도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 파업 참가자에 대한 중징계와 손해배상청구문제 해결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러나 불통으로만 치닫던 정부와 철도공사, 철도노조의 대립이 정치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커졌다.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지난 22일간 철도파업에 대한 언론보도는 갈등 해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언론의 역할은 갈등을 부추기거나 한쪽 편들기가 아니라 갈등조정과 원인분석에 있다. 그럼에도 철도노조를 마치 ‘타도해야 할 적’처럼 비난하거나 철도공사의 경영구조 악화가 ‘귀족노조’의 책임인 양 몰아붙였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에서도 서울신문은 보도의 균형추를 잘 맞추었다. ‘철도노조 파업 강경 대응만이 능사 아니다’(12월 30일자 사설)에서처럼 극단적인 노사대립보다는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12월 27일자 사설)며 노조의 강경노선도 비판했다. 둘째로 철도공사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동시에 국민 부담으로 건설된 공공재의 민영화보다는 효율적인 경영 방안을 모색하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의료법인 자회사를 비롯한 민영화 논쟁에서 대화와 설득보다 옹색한 변명만 거듭하는 오류를 더 이상 범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반면 ‘중환자’인 철도공사의 방만 경영과 개혁의 원인과 필요성은 명확하게 보도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12월 26일자 사설에서처럼 2005년 이후 철도공사의 영업적자가 4조 5000억원이고, 작년도 정부지원금이 5700여억원이었는데도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5.5%였다고 보도했고, 12월 24일자 전문가 인터뷰에서는 철도공사의 단위당 생산성이 KT(1인당 5억원 이상)의 절반에 불과(1억 5000만원)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보도의 문맥만 읽어선 과도한 인건비 지출과 상승률이 방만 경영의 원인처럼 들린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철도공사 경영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용산개발 실패와 공항철도건설 등 무리한 시설투자가 더 컸다. 그럼에도 철도파업 기간 동안 철도공사 방만 경영의 원인 분석 기사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다. 또한 공항철도 건설에서처럼 재무적 투자 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면서 발생한 기회비용이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연결된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철도노조의 조직이기주의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겠지만,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손실은 정확히 짚어줬어야 한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푸른 말의 해는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준다고들 한다. 역사적으로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1894년에는 김홍집 내각의 정치개혁과 농민의 민란, 한반도에서 청·일전쟁이 있었다. 암울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이 그때와 다른 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아직까지 사회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언론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신문이 사회적 갈등중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2014-01-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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