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핀란드 행복도시 ‘에코비키’를 다녀와서/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기고] 핀란드 행복도시 ‘에코비키’를 다녀와서/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입력 2013-08-14 00:00
업데이트 201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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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장동희 주 핀란드 대사
주 핀란드대사 발령을 받아 헬싱키에 도착한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헬싱키 외곽에 위치한 ‘에코비키’(Eco-Viikki)라는 조그만 마을을 찾았다. 헬싱키시 ‘비키구(區)’ 내에 위치한 ‘에코비키’는 핀란드에서 최초로 건설된 시범 친환경 생태 주거단지이다.

1999년부터 2004년에 걸쳐 건설된 이 마을에는 24㏊의 부지에 주민 2000명이 살고 있다. 에코비키는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도시건설에 적용한 모범 사례로 여러 국제회의에서 상도 받고, 지금도 매년 세계 각국으로부터 150여개의 대표단이 시찰차 방문한다고 한다. 그러면 에코비키는 어떤 곳인가.

첫째, 친환경적인 도시계획을 빼놓을 수 없다. 에코비키는 자연녹지구역과 인공적으로 건설된 구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건축물 사이로 녹색공간을 만들되, 나무만 심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텃밭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도블록은 투과성이 좋은 재질을 사용해 빗물이 자연스럽게 땅속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녹색공간으로 모인 빗물을 이용한 녹지 조성이 가능토록 하였다. 녹색공간에는 빗물 저장시설과 펌프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그리고 단지 외곽으로는 습지를 포함한 실개천을 만들어 단지에서 빠져나온 물이 바다로 흘러들기 전에 정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둘째, 에너지 절약형 설계 및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했다. 겨울철 강풍으로 인한 건물의 열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람의 주요 길목에 방풍림을 조성했다. 실내 환기 시 열 손실 및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건물 지붕 위에 자연 환기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건자재로는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목재를 최대한 활용했다. 에코비키 옆에 있는 헬싱키 환경센터 건물의 경우 태양에너지와 풍력에 더해 하절기에는 지하 암반수를 끌어 올려 건물 냉방에 활용한다고 한다. 단지 내 가로등 위에 조그만 바람개비 같은 것을 달아 풍력을 이용한 전기를 생산, 자체 소요 전기를 공급하도록 한다니 참으로 깜찍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에코비키는 헬싱키대학 생명공학연구소를 비롯, 핀란드 최대의 생명과학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는 과학단지와 같은 ‘비키구’ 내에 자리잡고 있어 이론과 응용이 선순환적으로 작용토록 돼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쯤 되면 건설비용이 얼마나 들지 궁금해질 것이다. 헬싱키시 측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3~4% 정도 건축비용이 더 들지만 추가비용은 에너지 절약과 함께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함으로써 10년 정도면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찰을 마치고 나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주민이 우리를 안내하던 헬싱키시 관계자를 붙잡고 한참 열변을 토했다. 말인즉슨, 자기 집이 에코비키 내에서도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형 주택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자기가 사는 집과 마을에 큰 긍지를 느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 바로 이것이 주민행복이고, 이러한 주민행복이 모여질 때 국민행복이 아닐까 생각하며, 한국의 에코비키 마을을 그려본다.

2013-08-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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