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노조 자녀 채용특혜 요구하다니

[사설] 현대차 노조 자녀 채용특혜 요구하다니

입력 2011-04-19 00:00
업데이트 2011-04-1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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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원 채용 때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 특혜를 요구했다고 한다. 노동귀족이라는 세평을 스스로 뒷받침하는 행위다. 즉각 비판이 일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에는 ‘회사는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4만 5000여명의 조합원 중 200명 정도가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상당수 대기업 노조들이 귀족화로 치닫는다는 우려가 있지만 해도 너무한다.

현대차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고 파업을 일삼고, 경영의 발목을 잡으며, 비정규직 고용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때 현대차 노조가 취업 세습을 요구하고 나선 게 놀랍기만 하다. 이러고도 재벌의 세습 경영이나 정치권력의 세습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현대차 노조는 다른 자동차회사의 전례를 들며 상징적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국민들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키운 공은 인정한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탐욕스러운 횡포에는 금세 고개를 돌린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노조의 자녀 가산점 요구는 기회의 형평성을 빼앗고, 공정사회 구현에도 맞지 않다. 지난겨울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며 파업했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각종 징계와 노동조합 탈퇴 협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가 구직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직장을 세습하겠다는 것은 염치가 없다. ‘이 땅의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조의 정신은 실제 생활에서도 살아 있어야 한다. 30여년간 민주노조 운동의 상징이었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자신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2011-04-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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