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의료 유랑민의 편지/정현용 사회부 기자

[지금&여기] 의료 유랑민의 편지/정현용 사회부 기자

입력 2011-03-12 00:00
업데이트 2011-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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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예전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아프고 충분히 공감합니다.” “환자 간병도 어려운데 설상가상으로 3개월에 한번씩 돌아오는 병원 섭외라는 보호자들의 가슴 저미는 아픔을 정부는 아는지….” “우리 가족과 같은 고통을 겪고 계신 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복지논쟁이다 뭐다 말이 많지만 우리들 마음에 와 닿는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 주셔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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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 사회2부 기자
정현용 사회2부 기자


3개월마다 병원을 바꿔가며 떠돌아다니는 ‘의료유랑민’의 사연<서울신문 3월 8일자 9면>을 지면에 소개한 뒤 이메일을 통해 돌아온 반응은 뜨거웠다. 마치 추운 겨울 얼음처럼 꽁꽁 언 내 손을 따뜻하게 부여잡는 느낌이랄까. 같은 경험을 했거나 현재 비슷한 처지에 놓인 환자 가족들은 하나같이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면 읽을 수록 점점 마음은 무거워졌다. 얼마나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그렇게 병원을 떠돌아 다닌다는 말인가. 편지가 열리기 무섭게 쏟아지는 절망적인 하소연과 짙은 슬픔. 그들도 처음에는 무엇인가 붙잡아 보려고 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받아 보려고도 노력했겠지만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자포자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꼭지 기사에서 그렇게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이다.

해마다 수만명의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 헤맨다는 사실을 분명히 정부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해마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두 단어를 방패삼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심이 동요할까 언제나 전전긍긍한다. 근본적인 대책은 구상조차 해보지 않았으니, 환자 가족들의 원성이 하늘에 사무쳐도 할 말이 없다.

“운좋게 한달도 되지 않아 원하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뛸듯이 좋아하는 장기 재활환자 가족들에게 과연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할까. 병원에서 내쫓기듯 나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다시 악착같이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서는 그들에게 우리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junghy77@seoul.co.kr
2011-03-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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