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령탑 사실상 공석’ 더이상 안된다

‘경제 사령탑 사실상 공석’ 더이상 안된다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11-10 18:20
업데이트 2016-11-1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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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소비·투자·고용 ‘쿼드러플 늪’… 대미 수출 5년간 30조원 손실 분석

임종룡·유일호 모두 어정쩡 신분
전문가들 “정치-경제 분리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사령탑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무총리와 분리해 경제부총리 인사 절차라도 먼저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투자·고용이 나아지지 않는 ‘쿼드러플 늪’에 빠진 상태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노선 때문에 당장 외국인 자금의 시장 이탈 여부도 불안 요소다. 그의 공약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검토되면 5년간 수출 손실액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실업 사태 등 안팎으로 악재가 첩첩산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공석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국무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각각 내정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김병준 카드’는 사실상 철회했다. 임 위원장은 어정쩡하게 후보자 신분으로,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은 유일호 부총리는 엉거주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은 물론 경제관료들 사이에서조차 “태양이 두 개이다 보니 경제정책 추진 주체도, 책임 소재도 모호해졌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1급 관료는 “경제사령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당장 내년 경제 방향도 짜야 하지만 누구도 나서서 추진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 기재부 국장급 간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우리의 대응 방향과 경제정책 기조를 설정하려면 지금 같은 상태가 계속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경제부총리만이라도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경제의 어려움을 생각해서라도 국회가 총리 인준 문제와는 별도로 경제부총리라도 먼저 세워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한 집에 두 사람이 서 있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불안감을 해소하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세우려면 속히 자리 정리부터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창현 전 금융연구원장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민감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부총리만큼은 임 후보자를 철회하든 아니면 새 후보를 세우든 절차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확실한 리더십이 선두에 나서 불필요한 위기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11-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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