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찬성표…LG화학 물적분할 그 이후는

압도적 찬성표…LG화학 물적분할 그 이후는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0-10-31 06:00
업데이트 2020-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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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 모습. 연합뉴스
시장에선 박빙의 승부를 점쳤지만 생각보다는 싱거웠다. 기대를 모았던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안은 30일 찬성률 82.3%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며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여전히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LG화학이 추가로 내놓을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물적분할이 승인된 30일 LG화학의 주가는 전일대비 4만원(-6.14%)이나 빠져 61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주주총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투표율이 77.5%(찬성률 82.3%)로 꽤 높은 편에 속해 시장의 관심을 짐작케 했다.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은 공개 직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회사 측은 사업부를 분사한 뒤 자금을 집중적으로 유치해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한 것인데 물적분할 이후 상장을 추진한다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는 희석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일부 희석되더라도 분사 이후 성장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떨어지는 주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일부 외국인과 기관이 국민연금을 따라서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분할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도 엿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LG화학의 예상과 계획대로 흘러갔다. LG화학 의결권 기준 주주구성은 ㈜LG 약 30%, 외국인 약 40%, 국민연금 약 10%, 국내 기관 및 개인주주 각 약 10% 수준이다. 결국 물적분할이 결정된 이날도 주가는 여지없이 떨어졌다. LG화학 관련 주식 토론 게시판에서는 “화학주가 60만원이면 너무 비싸다”, “반도체 없는 삼성에 투자한 꼴” 이라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LG화학이 내놓는 주주가치 제고안에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은 분할 결정 이후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분할 과정에서 주주분들의 일부 우려가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앞으로 전지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존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사업의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이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일단 공언한 것으로는 앞으로 3년간 주당 1만원 배당을 약속한 것이다. 상심한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적극적인 환원책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이 강조하는대로 물적분할 이후 출범할 LG에너지솔루션에 집중적으로 투자금을 유치해 고공성장을 이어간다고 해도 이 실적이 존속법인에 그대로 반영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일명 ‘지주사 디스카운트’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장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일부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에게 더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를 정립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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