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준 미래에셋 과징금 43억… 박현주 檢고발 ‘최악’ 면해

일감 몰아준 미래에셋 과징금 43억… 박현주 檢고발 ‘최악’ 면해

나상현, 강윤혁 기자
입력 2020-05-27 23:28
업데이트 2020-05-28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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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부당 이익” 과징금·시정명령

계열사들, 총수 일가의 호텔·골프장 지원
2015년부터 3년 걸쳐 430억원 내부거래
그룹 행사·연수도 해당시설서만 하게 해
“박 회장 직접적 지시 여부는 확인 안 돼”
최악 피한 미래에셋 발행어음 추진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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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미래에셋그룹이 43억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다만 ‘검찰 고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과 합리적 고려와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박현주 회장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과징금 43억 9000만원을 부과했다. 시정명령 대상엔 미래에셋그룹 동일인(총수)인 박 회장도 포함됐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지분 48.63%, 배우자 및 자녀 34.81%, 기타 친족 8.43%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에 달하는 비상장기업으로, 2015년 당시 블루마운틴컨트리클럽(CC) 골프장과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들에 총수 일가가 운영하는 골프장 및 호텔과 거래하도록 사실상 강제해 2015년부터 약 3년에 걸쳐 430억원의 내부 거래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엔 사업 능력, 가격, 거래 조건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고려와 비교를 하는 ‘적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미래에셋은 이 절차를 생략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고객 접대 같은 일반 거래 때 블루마운틴과 포시즌스호텔만 이용할 수 있다는 그룹 차원의 원칙에 따라 다른 골프장이나 호텔을 이용할 수 없었다. 행사와 연수도 해당 시설에서만 진행해야 했고, 골프장 광고와 명절 선물 몰아주기도 이뤄졌다. 이를 통해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고 고정비 부담이 큰 골프장과 호텔 사업을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다만 박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는 확인되지 않아 검찰 고발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특수관계인의 위법성 정도가 ‘지시에 이르지 않는 관여’로서 법 위반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박 회장이 사업 초기엔 블루마운틴의 영업 방향, 수익 상황, 블루마운틴과 포시즌스의 장점 등을 언급했지만 직접적인 사용 지시는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관여한 정황은 있지만 명백하게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다.

미래에셋은 검찰 고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면서 발행어음 사업 등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박 회장이 검찰에 기소돼 형사 재판에 돌입한다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인가가 필요한 사업들이 올스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측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본시장 성장과 경제 재도약의 핵심 요소인 모험자본 활성화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에셋은 보다 엄격한 준법경영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20-05-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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