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과감한 투자·빅데이터 전문가 키워야”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 과감한 투자·빅데이터 전문가 키워야”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06-19 18:08
업데이트 2016-06-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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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성화’ 전문가 제언

금융권 자사 DB만 의존하는 수준
데이터 융합 통일된 분류체계 시급
개인정보 민감한 국민 공감대 필요

“다들 빅데이터를 분석한다고 착각하지만 수준은 10년 전 고객관계관리(CRM)와 별 차이가 없다.”

국내 빅데이터 관리자들이 말하는 솔직한 자기 성적표다. 빅데이터라고 이름 붙이려면 다른 업종까지 포괄하는 방대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해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지만 정작 자사 데이터베이스(DB)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법과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실장은 “다행히 지난 4월 정부가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는 비식별 개인신용정보 활용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는 빅데이터 이용의 첫 단추”라면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여전히 모호한 비식별 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데이터를 융합시킬 수 있는 통일된 분류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각각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이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법이 모호해 자칫 고객정보를 제공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설사 넘겨받은 외부 데이터가 있어도 분야마다 분류가 달라 기존 데이터와 묶어 분석하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업종 분류의 경우 증권회사는 ‘상장기업 분류 기준’, 카드회사는 ‘자체 업종 분류 기준’, 공공기관은 ‘표준산업분류 기준’ 등 판이하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금융사가 CRM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인지 금융사들이 빅데이터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향후 먹거리를 위해 좀더 과감한 투자를 하고 동시에 실력 있는 빅데이터 분석가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경직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금융권에선 새롭거나 참신한 아이템은 역설적으로 상품화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빅데이터 담당자는 “때론 빅데이터가 은행장이 하고 싶은 특정 사업에 이론적 근거를 대는 2중대 노릇을 한다”면서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지만 다소 생소하거나 혁신적인 분야는 사후책임 등을 이유로 자기 검열까지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적 공감대도 중요하다. 장석호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장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국민들이 자신의 고객정보가 시중에 유통되는 것 자체에 대해 극히 민감한 상황”이라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비식별 정보는 개인 정보와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6-06-2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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