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임박 회사채 투기성 매수세 보름여 만에 30% 넘게 오르기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회사채가 ‘폭탄 돌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는 것이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기성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만기가 다음달 27일인 ‘한진해운71-2’ 회사채(액면 1만원)는 자율협약이 신청된 지난달 25일 장내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557원(-26.8%) 급락한 42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탄 이 채권은 지난 13일 5140원까지 올랐다.
오는 7월 7일 만기인 ‘현대상선 177-2’는 지난달 25일 445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1일엔 5850원까지 치솟았다. 보름여 만에 30% 넘게 오른 채권 가격은 지난 13일 5530원에 마감됐다.일부 한진해운 회사채는 자율협약 신청 직전의 가격을 웃돌고 있다. 한진해운이 2012년 6월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한진해운76-2)는 지난달 25일 413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3일 5132원까지 올랐다. 자율협약 신청 직전 가격(5051원)보다 높은 것이다.
투기등급인 이들 회사채 값이 오르는 것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가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기사회생한다면 지금보다 비싼 값에 되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협약에 실패해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원금 회복이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법정관리 위험에도 이들 회사의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법정관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양대 국적선사 중 적어도 하나는 어떻게든 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방 연구원은 “다만 법정관리로 들어간다면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이들 회사채의 가격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구조조정 대상 기업 회사채 중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회사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경보발령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거 동양그룹 사태처럼 증권사 창구에서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는지를 알아보는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6-05-16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