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에 수요측 상승 압력 확대
기준금리 인상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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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한 뒤 간담회에서 “최근 국내외 물가 흐름에서 두드러진 점은 물가상승 유발 요인이 늘고 그 영향도 점차 확산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2.0%로 올려 잡은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도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2%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높은 오름세, 글로벌 공급병목 장기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상승 등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등은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또 내년에도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총재는 “내년에는 국제유가 등 공급 측 요인의 영향이 올해보다 줄어들겠지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서비스 물가 등 수요 측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의 원자재 수급 불균형, 공급병목 현상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공급요인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과거에 비해 제약될 수는 있겠지만, 금리 인상 조치는 시차를 두고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인한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기조는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1월 또는 2월로 미리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 물가, 금융 불균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적절한 속도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또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국내 요인에 맞춰 하는 게 맞다”며 “움직일 수 있을 때 미리 움직인 터라 연준 속도에 따라 피동적으로 끌려갈 리스크가 없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21-12-17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