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재정 적자비율 사상 첫 5% 돌파…국가채무비율 43.5%
3차 추경 사전브리핑하는 홍남기 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남기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2020.6.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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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선제적이고도 충분한 대응을 하는 차원에서 올해 마지막 추경이라는 인식 아래 세출 규모를 24조원으로 확 키우고 세입경정(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 11조4천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초슈퍼추경’을 위해 24조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찍어내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 적자비율은 종전 최고 수준이던 외환위기를 넘어 사상 최대로 올라선다.
◇ 적자국채 24조, 역대 최대 ‘초슈퍼추경’…국가채무 99.4조원 순증
이번 3차 추경은 진기록을 쏟아냈다.
추경 규모(35조3천억원), 세입경정(11조4천억원), 적자국채 발행(23조8천억원), 지출구조조정(10조1천억원) 모두 역대 최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5% 역시 역대 최고다.
정부가 한 해 3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도 48년 만이다.
먼저 3차 추경은 기존 역대 최대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9년 추경(28조4천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제까지 ‘역대급’ 추경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크다. 2009년 추경을 포함해 2013년 일자리 추경(17조4천억원),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차 추경(15조3천억원), 2015년 메르스 추경(11조6천억원) 등이 역대 4위권에 자리했다.
2009년 추경과 비교하면 당시 세입경정은 이번과 비슷한 11조2천억원이었지만, 저소득층 생활안정,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세출 예산이 17조2천억원으로 이번과 차이가 났다.
3차 추경 규모는 1차(11조7천억원)와 2차 추경(12조2천억원)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1∼3차 모두 합치면 무려 60조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3차 추경을 30조원대 중반으로 키우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추가 지출구조조정을 해 9.2조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추경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기금활용(0.9조원)을 뺀 나머지 24조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사상 최대인 5%대 후반으로 치솟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돼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게 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6천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천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74조6천억원 불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올라간다. 2차 추경 기준은 4.5%였다.
이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1998년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에 불과했다.
2019년 본예산 기준 740조8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천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국가채무 순증 규모(99조4천억원)가 2019년 본예산 상 순증 규모(32조6천억원)의 3배나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올라간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2%포인트 또 올랐다.
이로써 재정 당국이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봐 왔던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0%가 허물어졌다.
기재부는 연도 간 국가채무를 비교할 때는 예산은 예산 간, 결산은 결산 간 비교하는 게 원칙이라며 예·결산을 계산할 때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국가 재정이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대로 상향되더라도 3차 추경 작업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채무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재정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냐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비록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재정이 역할을 해서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 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 너무 빨라”…정부, 재정준칙 도입 검토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할 시기라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지출 확대, 재정적자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재정건전성은 중장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입경정 때문에 3차 추경은 불가피했고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40%라는 절대적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놔둬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속도는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른 게 사실”이라며 “향후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증세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크게 낮은 점을 근거로 들며 우리 재정 상태는 양호하다고 강조한다.
홍 부총리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대는 OECD 평균 110%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고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당국도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중 우리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작년 말 재정준칙 도입의 토대가 될 2065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에 먼저 착수했다.
재정준칙이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 강제하는 것을 가리킨다. 다만 정부는 수지나 채무 등에 한정한 수량적 재정준칙보다 수입, 지출 등에서 다양한 준칙을 검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최근 감사원도 ‘중장기 국가재정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정부를 향해 국가 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제언했다. 감사원은 인구구조나 성장률 등 재정 운용 여건에 대한 우려가 5년 전 장기재정전망 발표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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