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재정환율, 1년 10개월 만에 최저
각종 경제 지표 호조에 증시 활황까지 겹치며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원화 강세가 쉽게 잦아들지 않으면 수출 증가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9원 내린 1,114.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연저점이던 7월 27일 1,112.8원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원화 값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991.20원)보다 12.02원 내린 100엔당 979.18원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 역시 2015년 12월 30일 100엔당 974.0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해 원화가 약세를 보인 9월 4일과 견주면 원/달러 환율은 18.5원, 원/엔 재정환율은 53.17원 각각 하락한 것이다.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각종 경제 지표,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대내적인 영향과 미국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기대감, 일본 총선 등 대외 요인이 얽힌 탓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7.1% 증가한 449억8천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달 열흘 가까운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우려를 딛고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날 코스피 역시 전날보다 33.04포인트(1.31%) 오른 2,556.47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 연속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외국인이 유가 증권시장에서 3천59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점이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전날 발표된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전체 산업생산이 0.9% 증가하고 소매판매(3.1%), 설비투자(5.5%)까지 ‘트리플’ 증가를 시현했고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1.4%로, 2010년 2분기(1.7%) 이후 최고를 찍었다.
잇따라 발표되는 희소식이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대외 요인으로 눈을 돌려보면 차기 연준 의장으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 연준 이사를 지명할 것이라는 점이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한 점은 원/엔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력한 양적 완화를 표방하는 아베노믹스에 한층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한국 경제에 대한 호재가 쏟아지면서 원화가 상대적인 강세 국면에 있다”며 “그간 북한 리스크 때문에 쌓인 달러 롱포지션(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해 보유한 상태)을 정리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있고 이번 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추가로 매파적인 발언을 할 것 같진 않아서 원화 강세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에서 지지력을 보이고 원/엔 환율은 950원 선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강세는 최근 잘 나가는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반도체 착시 효과 때문에 수출이 좋은데, 이 와중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원/달러 환율, 원/엔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