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트럼프 리스크까지…“경제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최순실에 트럼프 리스크까지…“경제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입력 2016-11-10 11:32
수정 2016-11-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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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상태에 빠졌다.

안으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주창해 온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외부 변수에 의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청와대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 카드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제 부총리 임명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내외 경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 경제 컨트롤타워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내수 침체에 보호무역주의 변수까지…한국 경제 시계제로

현재 한국 경제는 한 마디로 한치 앞도 안보이는 시계제로 상태다.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에 빠지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앞서 ‘경제동향 10월호’에서는 “수출과 제조업의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내수에 대해서는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내수 경기에 대한 진단이 악화된 셈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뒤 8월 반등했으나 다시 9월(-5.9%)과 10월(-3.2%)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5% 증가해 9월(6.1%)보다 증가세가 대폭 축소됐다. 전월 대비로 보면 소매판매는 -4.5%로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수출 부진에 내수 둔화가 겹치면서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악화되면 우리 경제의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배포한 ‘미국 신 행정부의 향후 정책방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트럼프의 성향을 볼 때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 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무역제재 조치와 함께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 대한 환율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손실이 2017년부터 5년간 269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2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 등과 결합돼 세계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정치와 경제는 별개…경제 부총리 임명 서둘러야”

문제는 이같은 대내외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책임져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 부총리의 지위가 불안정하다는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해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국무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각각 내정했다.

그러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김병준 국무총리’ 카드를 사실상 철회했다. 여기에 박승주 내정자는 ‘굿판·전생 체험’ 논란에 휘말려 자진사퇴하면서 임종룡 위원장만 내정자 신분으로 남아있다.

문제는 총리 지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경제 부총리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일부에서는 임 내정자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 청문회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총리 후보를 추천해 임명하고 다시 총리가 실질적인 각료 임명 제청권을 행사, 부총리를 발탁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일단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최근 국내 정치 혼란으로 인한 경제팀의 경제정책 공백 우려와 관련해 “우리 경제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모두 흔들림 없이 모든 경제 현안을 빠짐없이 챙기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다만 혼란스러운 정국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미 부총리 교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경제부총리 만이라도 임명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에서도 이번 개각 절차 전반을 문제삼고 있지, 임종룡 내정자에 대해서는 크게 거부감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난 7일 “경제 문제는 하루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기왕에 경제 부총리 후보가 나왔으면 이번주 내라도 국회에서 경제사령탑부터 세울지 검증해 결정하자”고 밝혔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총리 인사가 언제 될지 모르는데 경제부총리 인사도 그에 따라 미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정치적인 문제는 별개로 경제부총리 인사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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