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임형 개인연금 상품, 안정성·수익성 접점 찾을까

일임형 개인연금 상품, 안정성·수익성 접점 찾을까

입력 2016-11-07 15:36
업데이트 2016-11-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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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연금자산, 투자자산 운용 허용에 우려 시각도

금융당국이 7일 내놓은 개인연금법 제정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금융회사가 재량껏 개인연금 자산을 굴려주는 투자일임형 상품을 도입하는 것이다.

투자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가입자의 투자성향을 분석하고 투자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임의로 자금을 운용하는 ‘디폴트 옵션’을 적용한 상품이다.

지금까지 개인연금 상품은 저축보험(생명보험·손해보험사), 저축신탁(은행), 저축펀드(자산운용사) 등 수익은 적지만 원금을 지키기 위해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것뿐이다.

여기에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층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일임형 상품이 추가되는 것이다.

지금은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관계없이 위험성이 낮고 안정성이 높은 상품을 이용해야 했지만 투자일임형 도입으로 고수익을 원하는 가입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연금 상품에 가입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입자가 연금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투자일임형 상품은 증권사들이 전문으로 하는 영역이어서 이번 제정안이 시행되면 연금상품 운용에서 증권업계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앞으로는 연금 관련 종합 정보를 담은 ‘연금포털’에 개인연금 상품의 회사별·상품별 수익률을 유형별·기간별로 구분해 공시하고, 수수료를 포함한 가입자 부담률에 대한 정보도 공개한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금융사 간의 연금상품 판촉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연금상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은 단순히 자산을 적립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가입자의 욕구에 맞는 창의적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임형은 투자 상품이라는 특성상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연금 자산을 일임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고령화로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안정성을 가장 중시해야 할 연금용 개인자산을 위험성이 있는 투자자산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원리금 보장형 신탁 개인연금의 신규 가입을 금지하는 등 개인연금을 투자 상품 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안정성만을 추구해서는 노후대비라는 개인연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안전성과 수익성이 균형을 찾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개인연금에 투자일임형 상품이 도입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에 따라 관련 상품을 개발 중인 증권사들은 일단 안정성 장치를 충분히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영철 대신증권 연금사업센터장은 “예·적금 이율 정도의 안정성에 ‘플러스 알파(∂)’를 더한다는 목표로 상품을 만들고 있다”며 “노후 대비라는 연금 자산의 특성과 글로벌 경제의 불안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개인연금 상품이 고위험도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개인연금법 제정안에 대해 “고령화라는 사회 흐름에 맞춰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관련 규정을 한 곳에 모아 정비하고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금자산의 특수성을 감안해 향후 개인연금 투자일임형 상품이 과도하게 위험한 투자는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심사해야 할 조항이 많고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거쳐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 통과가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법안이 시행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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