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옮기면 신용대출”…저축은행 불법 끼워팔기 기승

“은행 주담대 옮기면 신용대출”…저축은행 불법 끼워팔기 기승

입력 2016-11-07 09:51
업데이트 2016-11-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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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신용대출로 LTV 95%까지…저축은행, 주담대 48.2% 늘어

노원구에 시가 4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한 A씨. 그는 돈 5천만원이 필요하지만, 신용등급이 나빠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서도 신용대출이 어려운 상태였다.

집이 있지만 이미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2억5천만원을 대출받아 주택담보 인정비율(LTV)이 거의 다 찬 상태다.

하지만 A씨는 얼마 전 저축은행 대출 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저축은행으로 갈아타면 시가의 95%까지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집인은 LTV 한도(70%)만큼은 주택담보대출 형식으로 빌려주고 나머지 25%만큼은 신용대출 형태로 빌려주겠다고 설명했다.

당장 돈이 급한 A씨는 이 모집인의 말대로 주택담보대출을 은행권에서 저축은행으로 옮긴 뒤 필요한 돈은 신용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이 생계형 자금이 필요한 A씨 같은 사람을 상대로 이 같은 ‘끼워팔기식’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8천500억원) 대비 48.2% 늘어난 1조2천600억원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은행보다 높아 은행 LTV 한도만큼 빌리고도 모자란 돈을 저축은행에서 담보대출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저축은행과 은행의 LTV 한도가 70%로 같아지면서 저축은행에서 비싼 이자를 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유인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최근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한 것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A씨처럼 돈이 급한 사람에게 신용대출의 대가로 주택담보대출 이전을 요구하는 저축은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영업 행태는 명백한 위법이다. 저축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함께 받았다고 일일이 LTV 회피 목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금융감독원 검사도 쉽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함께 받는 것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보니 이런 꼼수가 생기는 것 같다”며 “저축은행과 모집인을 검사해 불법 대출 여부를 적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자금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LTV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후순위 주택담보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시가 5억원의 주택을 가진 사람이 은행에서 이미 LTV 한도 만큼(3억5천만원) 대출받았다면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 사업자등록증을 받게 해 자영업자로 둔갑시키면 LTV 한도와 관계없이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할 수 있다.

일부 저축은행 모집인들이 이를 악용해 시가에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8월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 주택담보대출은 3조3천10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꼼수로 LTV 한도를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좋아서다. 당장은 담보 비율이 높아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담보 비율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해서다.

그러나 부동산 불황기에는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담보를 통해 제대로 돈을 회수할 수 없어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이런 대출은 담보만 믿고 신용도나 소득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을뿐만 아니라 일반 신용대출보다 규모도 커 더 위험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저축은행에 돈이 몰리는데 신용대출만 마냥 늘릴 수 없어 이런 꼼수 대출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부동산 불황이 찾아오면 과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저축은행 사태가 왔던 것처럼 또다시 건전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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