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첫발 뗀 ‘복강경 간이식’…“미래 표준치료 될 것”

한국서 첫발 뗀 ‘복강경 간이식’…“미래 표준치료 될 것”

입력 2016-09-09 15:09
업데이트 2016-09-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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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화기암학회 참석 석학 10명 중 9명 필요성 공감“환자 수요 폭발적…한국 주도 표준치료법 개발 의미”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복강경 간이식 수술이 미래에는 표준치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환자에게 이식하는 간과 공여자의 남아있는 간이 모두 제 기능을 해야 하는 생체간이식은 외과에서 가장 복잡하고 어렵기로 손꼽히는 수술이다.

이 때문에 2010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공여자의 몸에 몇 개의 구멍만 뚫어 간을 절제하는 복강경 수술에 성공했을 때 세계 간이식 전문가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복강경 간이식 수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4~5개의 구멍을 낸 뒤 이 구명을 통해 수술기구를 넣고 모니터를 보며 간을 잘라내고 복부 아래쪽을 가로로 10㎝가량 절개해 간을 빼내는 방식이다.

간이식은 건강한 상태로 간을 기증하는 공여자의 안전을 100%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간 주변 피부를 가르는 개복으로도 어려운 수술을 복강경으로 시행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들의 인식은 8~10일 일정으로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세계소화기암학술대회’(IASGO)에서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학회는 간이식 공여자 수술법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10명 중 9명(92%)이 “현재 복강경 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일반적으로 시행되기 어렵지만, 미래에는 표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로운 수술법에 대한 안전성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미 있는 인식변화를 보인 것이다.

복강경 간이식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공동조직위원장)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려가 컸던 과거와 달리 복강경 수술법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합의점이 도출됐다”며 “그동안 국내에 이어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도 복강경 수술을 시도했고 우리나라 병원으로 기술을 배우러 오는 해외 의사들이 항상 있을 만큼 환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점도 확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는 뇌사 공여자가 많지 않아 가족 간이식이 많이 이뤄지는데 보통 젊은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간을 기증하다 보니 절개 부위가 크고 회복이 늦어질수록 자녀와 부모 모두가 힘들어한다”며 “장기를 드러내놓고 수술을 받는 개복보다는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복강경이 환자와 공여자의 통증, 회복 등에도 더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법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초기에 8시간이 넘어가던 수술시간이 지금은 개복수술과 비슷한 4시간대로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은 모든 공여자에게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표준수술법 개발을 국내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조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법을 확대하려면 먼저 혈관 및 담도 구조에 변화가 없는 수술이 용이한 공여자를 대상으로 한 경험과 결과가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는 게 이번 학술대회 참석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복강경 수술로 치료 효과가 있는 적응증이 무엇인지 제대로 평가하고 수술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아직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는 수술법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간이식 복강경 수술의 필요성에 대한 세계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확인된 만큼 수술을 선도해온 우리나라가 표준치료법 개발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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