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 서버 설치·안보 시설 삭제 NO… 한국 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

구글 “한국 서버 설치·안보 시설 삭제 NO… 한국 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6-08-08 18:33
업데이트 2016-08-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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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도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성사진에서 군사시설 등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글이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신청한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표명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없이는 한국이 모바일 혁신에서 뒤쳐져 ‘갈라파고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서버 설치 등 우리 정부와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네이버 등 국내 IT업계가 ‘불공정 경쟁’이라며 반발하는 가운데 구글은 이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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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8일 국회에서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공동 주최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이 공간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제에 나섰다. 2010년에 이어 지난 6월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한 구글이 이와 관련해 공식 석상에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권범준 매니저는 “지도 데이터 반출은 국내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지도 플랫폼을 이용한 개발자들의 세계 시장 진출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권 매니저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 길찾기와 지역 검색 등 제한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자전거 길찾기(영국)와 실시간 교통정부(일본), 3차원 지도(중국)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맞아 제공되는 구글 지도의 경기장 실내지도 서비스와 경기장 내 가상현실(VR) 사진 서비스 등도 사례로 제시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글 지도로 길찾기를 하면 산길을 가로질러 가라는 안내를 받는 등의 오류가 발생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편 사례도 소개했다.

 권 매니저는 “안드로이드 오토(구글의 자동차용 운영체제) 등 구글 지도를 활용한 비즈니스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한국 이용자들은 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지도에 기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공유서비스업체 리프트(Lyft)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스타트업들도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이 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구글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어스에서 군사시설 등을 삭제한 뒤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라는 정부와 IT업계의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권 매니저는 “지도 서비스는 전세계에 원활히 제공돼야 해 전세계 클라우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있어 데이터의 국외 반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해상도 위성사진은 이미 전세계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어 데이터 반출을 불허해도 국가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조세를 회피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서버의 입지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구글과 경쟁하라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애플과 바이두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지 않고도 국내 업체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구글은 왜 간단한 도보 길찾기 서비스도 국내 업체와의 제휴로 해결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면서 “구글이 지도반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서비스 질을 낮추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중국으로부터 지도 데이터를 반출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중국은 올해부터 지도 서비스 업체는 중국에 서버를 반드시 두도록 하는 등 지도 데이터 관리를 강화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네이버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내 산업계에 불공정 경쟁과 구글에의 종속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부사장은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통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탑재되고 있다”면서 “국내 산업계의 성장과 혁신은 커녕 지도 기반 신산업에서 구글에 대한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세 회피를 통해 쌓은 막대한 수익을 신기술의 연구개발에 쓰고 있어, 한국 IT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국내 IT기업이 구글을 통해서만 선진기업이 된다는 오만한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수조원 이상을 투자한 지도 데이터는 안보이자 밥”이라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서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권 매니저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는 자리에서 거리가 먼 사안들로 비판하는 건 ‘피해자 코스프레’”라면서 “구글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하는 것이 더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들이 참석한 가운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를 연다. 심사 기한은 이달 25일로, 사실상 12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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