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후원 논문 “자궁암 예방접종 효과 컸다”

제약사 후원 논문 “자궁암 예방접종 효과 컸다”

입력 2016-06-23 09:20
업데이트 2016-06-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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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 14명 중 직원이 9명, 교수들도 업체 직간접 관계

자궁암 등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국가적 예방접종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MSD가 밝혔다.

한국MSD는 이달부터 우리나라에서 만 12세 여성에게 국가 무료 접종이 실시되는 HPV 백신 ‘가다실’의 판매 10주년을 맞아 유럽생식기감염·종양학회(EUROGIN)에서 지난주 구두 발표된 논문을 인용, 22일 이같이 주장했다.

이 논문은 독일을 포함한 일부 유럽 국가, 미국, 호주 등 HPV 국가접종을 한 9개국에서 2007~2016년 나온 기존 논문 58건을 여러 나라 1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종합 검토한 것이다.

주 저자인 호주 멜버른대 로열여성병원 수잔 갈런드 교수는 검토 결과 실제로 백신접종 1~4년 만에 자궁경부 이형성증, 자궁경부 전암 및 생식기 사마귀 등 HPV 6, 11, 16, 18형에 의한 질환의 유병률이 나라와 질환 종류에 따라 50~92.6%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 HPV에 노출되기 이전 연령대 소녀들에게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청소년 HPV 접종 프로그램이 보건정책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도 국가접종에 따른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정 나이가 지나야 알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발생 및 예방 효과를 측정하기엔 국가접종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한편, 이 논문은 ‘가다실’ 제조 판매 업체인 MSD의 재정 지원과 감수를 받아 나온 것이다. 논문을 살펴보면 공저자 14명 중 9명이 MSD와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직원이며, 교수 등 학계 저자들도 모두 업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 ‘프랑스 사노피 파스퇴르 MSD와 미국 머크&Co의 공동 재정지원을 받은’ 점뿐만 아니라 연구 검토 작업 역시 “스폰서 및 외부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설계·관리·분석”했으며, 최종판의 발표도 머크&Co의 공식 검토를 거친 것임을 밝혔다.

머크&Co는 독일 머크와의 상호 분쟁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머크&Co라는 상호를 쓰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선 MSD라는 상호를 쓴다.

아울러 이 논문 저술에 참여한 “학계 저자들 모두가 머크&Co를 위한 다른 연구들도 해왔으며”, 주 저자인 갈런드 교수를 비롯해 다수가 머크&Co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백신 연구 자금을 받고, 머크&Co의 각종 자문위 위원으로서 자문료와 강연료 등을 받아왔다.

국내 시판 허가를 받고 국가접종에 납품하는 HPV 백신 2종은 MSD(즉 머크&Co)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다.

논문 저자들은 연구 논문 윤리규정에 따라 자신들이 업체와 직간접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나, MSD 본사는 물론 한국MSD 역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MSD 관계자는 “그런 사실을 미리 밝혔어야 했으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회사 주도와 후원으로 이뤄진 연구임을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시판 10주년을 맞아 그간 각국에서 이뤄진 효과 연구를 회사 주도로 종합한 연구인 것은 맞지만, 연구 내용 자체에는 조작이나 허위가 없다”면서 “HPV 국가접종의 효과는 다른 많은 연구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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