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형제 ‘3차 경영권 대전’ 임박

롯데家 형제 ‘3차 경영권 대전’ 임박

입력 2016-06-17 17:06
업데이트 2016-06-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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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한 표정의 신동빈
착잡한 표정의 신동빈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및 에틸렌글리콜 합작사업’ 기공식에서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신 회장은 취재진에 호텔롯데 상장을 올해말까지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난 뒤 이달 말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6.6.15 연합뉴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 아들 신동주·동빈 형제가 그룹 경영권을 놓고 오는 25일 세 번째 주주총회 표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7월 이후 한·일 롯데를 장악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세 번째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그룹 위기를 신 회장의 책임으로 몰아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 25일 신동빈 해임안 놓고 주총 표대결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정기 주주총회 날짜를 이달 25일로 확정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미 지난달 신동빈 롯데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달라고 홀딩스에 공식 요구한만큼 이번 주총에서도 다시 신동주·동빈 형제간 ‘경영권 대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은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지난 16일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 등 경영진과 만나 현안을 점검한 뒤 종업원 지주회 등 자신을 지지하는 주주들의 ‘표 단속’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지난 8일 입국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원에 동행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도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 등을 설득하기 위해 이미 12일 밤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에 38개, 해외에 6개 등 모두 5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국 롯데에서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갖고 있는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이다.

따라서 홀딩스의 이사회와 주주를 장악한 사람이 명실상부한 롯데그룹의 원톱(one top)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룹 경영권 다툼 중인 신동주·동빈 형제는 실제로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홀딩스 주총에서 격돌해 모두 신 회장이 압승했다.

작년 8월 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건,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경영에 관한 방침’ 건이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5분 만에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올해 3월 6일 주총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자신의 이사 복귀와 신동빈 회장·다카유키 사장 이사 해임 건이 30분 만에 모두 부결됐다.

◇ “경영 안정 중요” vs “위기·의혹 해명해야”

신동빈 회장은 이번 세 번째 표 대결에서도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지시간 14일 오전(한국 시각 15일 새벽)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미국 액시올 합작법인의 에탄 크래커(분해) 공장 기공식에서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에 대해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16일 일본에 도착한 신 회장은 17일 오전부터 오후에 걸쳐 온종일 경영진, 신상품 개발단 등과 마라톤 회의를 한 뒤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총회 날짜도 25일로 확정했다.

롯데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주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경영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주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신 회장의 행보를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까지 종업원지주회 등 신동빈 회장 지지 주주들의 동요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주주들 사이에 지속적인 경영권 분쟁이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인식도 있는만큼 경영권이 안정돼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동시에 신 회장은 주총 전이나 주총 당일 주요 주주들과도 만나 주요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 가운데 상호출자 관계로 의결권이 없는 투자회사 LSI를 제외하면, 광윤사(光潤社·28.1%)와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 및 임원지주회(20.1+6%)가 3분의 1씩 지분을 고루 나눠갖고 있다. 이에 비해 신동주·동빈 형제의 개인 지분은 각각 1.62%, 1.4%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한·일 롯데의 총수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장악하려면 가족(광윤사), 직원, 임원 및 관계사 3개 주요 주주군(群)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의 지지를 얻어야하는 구조인데, 지난 두 차례 주총에서 종업원 지주회사와 관계사·임원지주회는 모두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검찰의 그룹 수사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개설한 일본 내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등을 통해 종업원지주회 등 홀딩스 주주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5일 해당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즉시 한국으로 돌아가 의혹을 해명하라”고 압박했고,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에게도 “일본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회견을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을 따로 만나 최근 한국에서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의 원인을 신동빈 회장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부회장측은 만약 설득이 성공해 종업원지주회 상당수 회원들이 ‘신동주 지지’ 등의 입장을 성명 등을 통해 밝혔는데도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이 다른 방향으로 표를 행사할 경우, 형사고발이나 민사소송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 롯데도 비자금 조성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아버지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았다고 주장하며 지난해초까지 일본 롯데를 이끌었던 신동주 전 부회장도 이번 그룹 검찰수사를 계속 무기로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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