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강행’ 정부 방침에 더 커지는 논란

‘맞춤형 보육 강행’ 정부 방침에 더 커지는 논란

입력 2016-06-15 17:21
업데이트 2016-06-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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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집단행동 예고…홑벌이 가구도 반발

복지부가 다음달부터 시행할 계획인 맞춤형 보육 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홑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어린이집 단체들은 운영난을 우려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야권은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강공을 퍼붓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맞춤형 보육제도는 0~2세반(만 48개월 이하) 영아에 대한 보육 체계를 하루 12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종일반’과 하루 최대 6시간에 필요할 경우 월 15시간 긴급보육바우처 추가 이용이 가능한 ‘맞춤반’으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홑벌이 가구 중에서도 ▲ 구직·재학·직업훈련·임신·장애·질병 등의 사유가 있는 가구 ▲ 다자녀(세자녀 이상) 가구 ▲ 다문화 가구 ▲ 한 부모·조손 가구 ▲ 저소득층 가구 ▲ 자영업자 ▲ 농업어인 ▲ 일용직 근로자 ▲ 프리랜서 등은 기존처럼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 어린이집 “집단휴업도 불사”…홑벌이 가구 “부당한 차별”

맞춤형 보육 반대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곳은 어린이집들이다.

맞춤형 보육을 받는 영아에 대해 정부가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보육료가 기존의 80%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에서 맞춤형과 종일형을 이용하는 비중이 2:8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전체의 20% 아동에 대해 20%의 수입이 줄어드는 셈이다.

선호도가 높아 입소 순위상 맞벌이 가정이 많이 이용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선호도가 낮고 운영 상황이 영세한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한민련),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등 어린이집 단체들은 “맞춤형 보육이 교사의 근무시간 단축, 인건비 감소요인이 되지 않는데도 보육료가 줄어들게 돼 있다”며 어린이집 운영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민련은 23~24일 집단휴원한 뒤 3달 이상 일정의 집단 휴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한어총도 다음달 4~6일 집단휴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의 시행으로 어린이집에 지급되는 보육료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올해 보육료가 인상된 만큼 어린이집 단체들의 주장이 과장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15일 브리핑에서 “맞춤형 보육으로 감소되는 예산은 375억원이지만, 맞춤형 보육 시행을 위해 보육료를 6% 인상해 올해 관련 예산은 작년보다 1천440억원이 늘어났다”며 “즉 어린이집에 지급되는 예산이 1천83억원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하는 다른 한축은 아이를 종일반에 보내지 못하는 홑벌이 가정이다. 육아 등의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둔 뒤 정서적인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전업주부 입장에서는 맞춤형 보육이 정부가 나서서 행하는 부당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의 취업 여부에 대해 보육 서비스에서 차별을 받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으며 홑벌이이지만 종일반 보육이 필요한 경우 인정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맞벌이 가정에서도 어린이집의 운영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 차관은 “맞춤형 보육은 부모와 애착관계 형성이 중요한 시기에 대부분의 아이를 어린이집에 전일제로 보내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야당은 연기 주장, 복지위는 21일 현안 업무보고…복지부 “7월 예정대로 시행”

맞춤형 보육 시행을 둘러싼 논란은 20대 국회가 출범하며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 대표는 14일 “마구잡이로 7월에 (맞춤형 보육이) 시행해서는 안 된다”며 “그대로 강행되면 부모와 아이들, 원장, 교사들을 위해 전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며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 당 역시 같은 날 맞춤형 보육을 막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공조하겠다고 방침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역시 이 제도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지만 야권과는 온도차가 크다. 새누리당은 시행 기준 변경은 검토하더라도 7월1일 시행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복지부로부터 맞춤형 보육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기로 한 만큼 이 자리를 중심으로 맞춤형 보육이 한층 더 뜨겁게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복지부는 예정대로 7월부터 맞춤형 보육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 차관은 “맞춤형 보육은 침묵하는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예정대로 7월1일 맞춤형 보육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맞춤형 보육 정책은 2014년 시범사업 예산이 여야 합의로 반영됐고, 2015년에는 올해 예산이 여야 합의로 통과돼 시행이 확정됐다”며 “정부는 여야 합의로 편성된 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다만 종일반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부 기준에 대해서는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 차관은 14일 당정협의에서도 “24일까지 진행될 맞춤형 보육 신청 접수 추이를 지켜보면서 건의한 내용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맞춤형 보육이 도입 단계인 만큼 시행 전뿐 아니라 시행 후에도 제도 변경할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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