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개혁 선언 석달 만에 ‘도로 농협’

[경제 블로그] 개혁 선언 석달 만에 ‘도로 농협’

이유미 기자
입력 2016-06-15 00:24
업데이트 2016-06-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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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열사 총무 지주 통합 추진…농협중앙회장 구태 반복에 실망도

“신경 분리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건가.”

요즘 농협금융 계열사 임직원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얘기입니다. 농협은 2012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했습니다. 지금의 농협금융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그런데 지난 3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도로 농협’이 돼 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농협중앙회는 다음달부터 농협금융 계열사(은행·생보·손보·증권·자산운용 등) 홍보 조직을 지주로 통합하기로 했습니다. 총무와 교육, 법무까지 중앙회와 합치는 방안을 검토 중이죠. 계열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총무부 통합입니다. 한 직원은 “아무리 대주주라도 금고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합니다.

여기에는 김 회장에 대한 실망감도 녹아 있습니다. 김 회장은 보수적인 농협 조직에서 ‘중앙회 권력화와 권농유착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란’에 성공한 비주류입니다. 변화를 기대했던 분위기는 그러나 빠르게 식어 가고 있습니다.

핵심 요직에 측근들을 앉히는 등 전임 회장들의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불만도 들립니다.

김 회장은 “농협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며 협동조합 이념 교육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까지 농협금융 소속이라도 팀장급 이상은 일주일 동안 ‘집단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일선 현장에서는 “비상시국에 이념 교육이 웬말이냐”고 반문합니다.

농협금융은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을 비롯해 조선·해운업에 대규모 대출이 물려 있습니다. 게다가 김 회장은 취임 석 달이 지나도록 ‘선거법 위반 의혹’에서 풀려나지 못한 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똘똘 뭉쳐도 쉽지 않을 비상 상황에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김 회장이 ‘초심’을 되새겨 볼 때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06-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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