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 더 쓰는 맞벌이… 외벌이보다 흑자 증가폭 줄어

더 벌어 더 쓰는 맞벌이… 외벌이보다 흑자 증가폭 줄어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6-06-13 22:56
업데이트 2016-06-1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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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동향 10년 분석해 보니

맞벌이 평균소득 200만원 늘어도 연금·세금·교육비로 80% 지출
비맞벌이는 50% 지출 증가 그쳐… 소득격차 늘고 흑자 격차는 줄어

결혼 5년차인 김모(36)씨 부부는 매월 30만원씩 부어 오던 주식형 펀드를 지난주 깨야 했다. 생활이 너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두 사람은 합쳐서 월 800만원을 번다. 여기에서 소득세와 국민연금, 대출이자로 150여만원이 빠지고, 두 자녀를 돌봐 주는 부모님에게 양육비로 150만원을 드린다. 연금·실손의료 등 사보험료 50만원과 저축액 150만원을 빼면 두 사람의 통장에 남는 것은 300만원 정도다. 김씨는 “봄부터 아이들을 발레학원과 수영학원에 보내면서 통장 잔고가 줄곧 마이너스를 보였다. 저축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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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가정의 수입과 지출을 분석한 결과 부부가 함께 돈을 버는 집이 그렇지 않은 집보다 수입이 더 많이 증가했지만, 지출도 그에 못지않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쓰고 남는 돈의 상대적 격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둘이서 벌지만 남는 것은 없다”는 맞벌이 부부의 ‘빛 좋은 개살구’ 푸념이 실제 최근 10년간의 통계에서 입증된 것이다.

13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월평균 소득은 2006년 1분기 368만 2028원에서 올 1분기 592만 6611원으로 10년 새 61.0%가 늘었다. 반면 비(非)맞벌이 가구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270만 7823원에서 377만 8255원으로 39.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소득격차는 2006년 1분기 1.36배에서 올 1분기 1.57배로 더욱 크게 벌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흑자액’(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액을 뺀 것)의 증가폭은 비맞벌이 쪽이 더 컸다. 맞벌이의 평균 흑자액은 2006년 1분기 80만 9418원에서 올해 1분기 159만 7743원으로 97.4% 늘어난 반면 비맞벌이 가구의 흑자액은 33만 7663원에서 71만 5878원으로 112%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맞벌이 가구와 비맞벌이 가구의 흑자액 격차는 2006년 1분기 1.4배에서 올 1분기 1.2배로 줄어들었다.

10년 동안 200만원 넘게 늘어난 맞벌이 부부 소득의 상당액은 ‘비소비지출’(세금, 국민연금, 대출이자 등 고정비용)과 교육비에 주로 쓰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비맞벌이 부부의 비소비지출이 10년 동안 50.0% 증가하는 동안 맞벌이 부부의 비소비지출은 79.6%나 늘었다. 같은 기간 맞벌이 부부는 사교육비 증가 등의 이유로 교육비 지출을 30.3% 늘렸으나 비맞벌이의 교육비 지출 증가율은 3분의1 수준인 10.6%에 머물렀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주택 구입에 쓴 대출금과 교육비라는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맞벌이는 더이상 여윳돈과 생활안정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서 “부부 한쪽의 소득이 없어질 때에 대비해 재무 설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6-06-1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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