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세점, 중국인·화장품 빼면 ‘속 빈 강정’

한국 면세점, 중국인·화장품 빼면 ‘속 빈 강정’

입력 2016-05-22 10:26
업데이트 2016-05-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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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화장품 매출비중 70%·60%…매출 11%는 여행사수수료

5월 들어 신세계, 두산 등 신규 면세점이 속속 개장하면서 무려 10개에 달하는 서울 시내 면세점의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구나 예정대로 11월께 4개 면세점이 추가로 허가되면 혈투는 더 치열해질 전망인다. 과연 서울 한 도시에 14개 업체가 면세점을 열고 모두 이익을 낼 수 있을만큼 면세 관광 수요가 안정적인지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적으로는 중국인, 품목으로는 화장품이 현재 면세점 매출에서 60~70%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만약 정치·외교적 관계의 변화나 전염병, 한류 인기 쇠락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지난 19일 상장을 앞두고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이 같은 한국 면세시장의 ‘위험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신고서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8%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체 비중(63.3%)과 비교해 7%포인트(P)이상 높아진 것으로, 그만큼 중국인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반면 2012년 21.6%에 이르렀던 일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2%까지 추락했고, 올해 1분기에는 3%로 더 낮아졌다.

올해 들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인 관광객 수와 입국 후 쇼핑액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인과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 유통업계 매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셈이다.

호텔롯데 역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이 부분을 신고서에 명시했다. 호텔롯데는 “당사 사업은 특히 중국발 여객 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15년 5~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병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고, 2011년 3월 이후 일본 도호쿠 지역 태평양 연안 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최근 몇 년간 한·일 외교관계 악화 등으로 일본 여행객 수도 줄었다”고 언급했다.

면세점 품목 중 화장품에 대한 ‘쏠림’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신고서상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화장품(향수 포함)의 매출 비중은 48.5%였고, 올해 1분기에는 11.4%P 더 오른 58.9%를 기록했다. 매출 100원 가운데 60원을 화장품과 향수를 팔아 얻은 셈이다.

호텔롯데는 신고서에서 “화장품·향수의 면세사업 매출 내 비중은 2013년 32.4%에서 2014년 38.3%로 늘었고, 그 덕에 같은 기간 면세사업 영업이익률도 8.5%에서 9.9%로 올랐다”며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 여파에 대처하기 위해 여행사·가이드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상, 영업이익률이 8.9%로 하락했지만 올해 1분기 10.6%로 반등했다”고 화장품 사업과 영업이익률의 관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면세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여행사 수수료 인상과 수익성 악화도 우려됐다.

롯데면세점은 신고서에서 “국내외 면세 사업자와 경쟁하며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여행사와 여행사 가이드에 수수료를 지급해 홍보하고 있다”며 “매출 대비 수수료 비율은 2013년 8.6%, 2014년 9.9%, 2015년 10.8%를 거쳐 올해 1분기에는 11.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신규 면세 사업자 입찰 경쟁이 심해지면서 당사가 보유한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이 종료되고,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소공점의 근거리에 신세계면세점이 영업을 개시함에따라 매출·수익구조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신규 사업자들이 단체관광객 등 고객 유치를 위해 공격적 전략을 펼칠 경우, 관련 수수료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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